• 흐림동두천 -5.9℃
  • 구름많음강릉 0.3℃
  • 서울 -5.3℃
  • 대전 -3.3℃
  • 흐림대구 -2.2℃
  • 흐림울산 -0.6℃
  • 흐림광주 -2.2℃
  • 흐림부산 2.3℃
  • 흐림고창 -0.7℃
  • 구름많음제주 7.9℃
  • 흐림강화 -5.6℃
  • 흐림보은 -6.4℃
  • 흐림금산 -0.3℃
  • 흐림강진군 -1.3℃
  • 구름많음경주시 1.4℃
  • 구름많음거제 2.0℃
기상청 제공

'미안해' 라는 말의 가벼움

‘미안해’나 ‘고마워’ 같은 말들은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윤활유와도 같은 단어들이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면서 우리가 교양 있는 사람으로 한 발 더 가까워져가고 있다고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보통 우리는 친구와의 약속 시간에 늦었거나 약속을 잊었을 때 ‘미안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사과로 끝나는 일상적인 의미에서 한 발 더 깊게 들어서보면 이 단어가 그리 간단한 말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잘 사귀어오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미안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돌아서서 나온다. 이 순간에 우리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모해버린다. 자신이 얼마나 미안한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이 말을 남기고 나오는 우리는 과연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걸까? 우리의 이기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는 수준에까지 그것을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우리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와 버리는 더 독한 한마디, 이기심의 결정체를 내뱉는다. ‘정말 미안해!’ 그렇다. 미안함 뒤에 숨어있는 자신의 팽배해진 이기심을 감추기 위해서는 ‘정말’이라는 ‘정말 같지 않은 정말’이 아마도 꼭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익숙한 ‘미안한’ 상황을 얼마나 만들어가면서 살아왔을까,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 ‘미안해’라는 말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미안해’라는 말로 부족해서 ‘정말’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은 그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마음이 이미 떠나버린 곳에 무엇인들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냐마는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타인에게, 그것도 지금까지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왔던 그 사람에게 환히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그려본다면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로 때워버리기에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염치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모든 존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에게,  ‘어머니와 나’ 오늘도 밥은 제때 먹었는지, 수업에서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했는지 물으시는 아빠께 툴툴거렸다. 당신 딸의 나이가 별로 실감나지 않으시는 눈치다. 사실, 저 안에 담긴 아빠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 놓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 같은 학생들이 많으리라. 이 책은 어느 이름 모를 여사님의 일상 목소리를 기록한 것이다. 대화의 상대이자, 책의 저자인 김성우는 바로 그녀의 아들. 70대 초반쯤 되셨을 법한 여사님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거창한 시대적 사건부터 천 원에 산 감자 이야기까지-에 대한 단상들을 꾸밈없는 잔잔한 언어로 들려준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모든 이야기가 편편이 분절된 것이 아닌, 세월만큼 깊어진 그녀의 너그러운 지혜로 꿰어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한 여인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구술사이자 그녀의 에세이요,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철학서인 것이다. 문학과 철학의 언어는 때로 우리에게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별 관련 없는, 재주 많은 이들의 영역인양 느껴지기도 한다. 리터러시 연구자로서 문자 자체에 대한 이해력을 넘어 삶이 스며있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해 온 저자는 “나의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