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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동물의 비애


새봄이 오고 신학기가 시작되었지만 겨우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구제역 때문인지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하다. 비록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집단적으로 생매장되는 소와 돼지들을 보면서 사람됨에 대한 반성을 깊이 하게 되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것은 단순한 살생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없는 불량 제품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는 일에 해당된다. 한 생명체가 동물로 태어나 살다가 어떤 계기로 죽음을 맞게 된다면 다른 생명체로부터 동정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어떤 상품이 쓸모가 없어져서 폐품으로 전락하게 되면 아무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구제역으로 죽은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는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와 돼지나 닭을 이 땅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진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옛날에도 물론 이들 동물이 인간처럼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에는 대부분 동물들은 주인의 귀염을 받으며 논밭의 일을 돕거나 마지막에는 자신을 길러준 주인에게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평온하고 나름대로 존엄성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 동물이 영화 ‘워낭소리’에서처럼 인간들과 수준 높은 교감을 주고받는 처지에서 한갓 물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그 동물들이 인간에게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돈을 벌어다주는 수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고, 모든 가치가 화폐가치로 환원되는 오늘날, 대규모 ‘고기공장’을 경영하는 사람들과 그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을 매일 사서 먹어야 건강을 유지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석양을 바라보며 되새김질하는 누런 소의 덕스러움과 모든 것을 포용할 듯 여유로운 몸매를 가진 돼지의 천진무구함이 별로 문제 되지 않는 듯하다.

자식처럼 키우던 소들을 한꺼번에 땅에 묻고 나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목숨을 끊은 분도 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제역으로 인한 고통은 동물과 인간 모두가 받는 게 아닌가? 고통에 관한 한 인간과 동물은 똑같은 존재이다. 어디 인간과 동물뿐이랴. 생매장당한 동물들을 품게 된 대지의 여신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리라.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아무리 불가피할지라도,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빚어낸 이런 재앙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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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