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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QR 그리고 密本


철학과·윤리학과 학생 10명이 글로벌 체험의 일환으로 서양 고대 문명의 중심지를 다녀왔다. 여행의 화두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그들이 왜 요즘의 위기에 처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레오나르도 등 쟁쟁한 현자들이 활약했던 곳이 쇠락일로에 있는 것을 보니 나도 많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문득 그들에게 꼭 말했어야 할 하나를 잊었음을 깨닫는다. 로마의 포로 로마노에는 파리의 것을 훨씬 능가하는 원판 개선문을 비롯해, 바실리카, 원로원 건물 등이 모여 있는데,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곳곳에 새겨진 ‘SPQR’이라는 글자이다. Senatus Populus Que Romanus.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이라는, 당시 로마 정부를 지칭한 이 말은 카이사르에 의해 짓밟히기 전 공화정의 정신을 상징한다.

흔히 문명의 주도권은 이성적 민족과 감성적 민족 사이를 왔다갔다고들 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나는 부침(浮沈)의 또 한 원인으로 공동체의 의사결정 유형의 변화가 작용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라의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군주의 탁월성도 중요하지만, 성군(聖君)이 없어도 다수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체계는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로마 제국의 멸망은 카이사르에게서 이미 시작되었으리라. 그가 정녕 현명했다면 원수 말이라도 참이면 들을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을 텐데, 명장 카토의 죽음으로 그 기회는 사라졌다.

학과장을 하면서 느끼는 하나는 학생들이 종종 교수 지시에 절대 의존한다는 점이다. 원칙과 상식에 따라 자율적 판단이 가능한데도 한 사람 입만 쳐다보는 것은 외경의 발로가 아니라, 외려 그에게만 책임 부담을 지우고 결국 공동체의 발전을 늦출 수 있다.

세종대왕과 가상의 적 ‘밀본’의 투쟁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 극중에서는 밀본이 악의 무리였지만, 다수 사대부들이 정치의 보이지 않는 주체라는 밀본의 말도 들을 만하다. 마르쿠제는 기성 체제에 편입되지 않았으면서 이성과 도덕성을 지닌 학생들이 개혁의 축이 될 것이라 했다.

다들 학업과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쁘겠지만, 장차 사회의 주축이 될 우리 학생들에게 권한다. 한 번 쯤 SPQR과 밀본을 떠올려 보기를. 그러고 보니 곧 선거철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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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렉카유튜버, 혐오가 돈이 되는 세상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고, 양방향 소통 매체인 유튜브가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면서 ‘유튜버’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직업이 되었다.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영상을 올리고, 시청자가 해당 영상을 클릭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부와 명예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소위 ‘렉카유튜버’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렉카유튜버’는 특정인에게 일어난 이슈나 사건 등을 영상화하여, 해당인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유튜버다. 과거엔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이슈유튜버로 정의됐지만, 사건에 대해 모욕과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난폭운전으로 사고 현장에 달려오는 렉카(사설 견인차)와 비슷해 렉카유튜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타인의 이슈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전달해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라도 단독으로 내용을 전달하면, 유튜버의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수가 증가하고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하겠다’는 후원자가 생기기도 하는 등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심지어 정기로 고액을 후원하는 시청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