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3.6℃
  • 흐림강릉 17.9℃
  • 서울 15.0℃
  • 흐림대전 15.4℃
  • 흐림대구 18.0℃
  • 흐림울산 17.6℃
  • 흐림광주 15.5℃
  • 흐림부산 16.5℃
  • 흐림고창 16.3℃
  • 흐림제주 20.3℃
  • 흐림강화 14.9℃
  • 흐림보은 13.8℃
  • 흐림금산 15.1℃
  • 흐림강진군 16.2℃
  • 흐림경주시 18.0℃
  • 흐림거제 16.6℃
기상청 제공

테크노 골리앗의 KO패

URL복사

독일유학 시절 종종 ‘유로스포츠’라는 채널을 시청했는데, 그때 거의 매일 볼 수 있었던 것이 일본의 스모경기였다. 스모가 ATP 투어만큼자주 방송된다는 건 유럽인들이 이 이국적인 스포츠에 꽤나 흥미를 가져서일 것이다. 한국인인 내게 민족적 질투심이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였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왜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저 채널에서 한국씨름은 전혀 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라이벌 국가의 국제적 위상 차이가 커서 그럴 것이라는 당연한 답변 외에 우리가 자칫 간과했던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나름대로 찾은 원인은 아주 단순한 데 있었다. 일단 스모는 일본적인 냄새를 풍긴다. 선수의 복식이나 표정, 경기 전후에 행하는 제의행위 등 모든 면에서 ‘메이드 인 저팬’ 냄새가 난다. 이미 바로크와 초기 낭만주의 시대부터 다르고 신기한 것을 동경해온 서구인들의 호기심과 취미에 들어맞을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의 민속씨름에서 풍기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냄새는 극히 미약하다. 국적불명의 무슨 응원단장 같은 복장의 심판, 소속기업의 상호를 새긴 빨강, 노랑, 파랑 팬티에다, ‘장사’ 타이틀 딴 이가 ‘승리의 V자’를 그리고 텀블링 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머리를 황금빛으로 염색한 꺽다리 선수는 흐느적 허리춤을 추어댄다.

‘테크노 골리앗’이라고 불리던 그가 한 격투기 시합에서 녹아웃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민속씨름은 줄곧 스모에 KO패 당해왔다. 한국을 조금이라도 아는 외국인은 ‘씨름’ 하면 응당 김홍도의 그림에서 풍기는 극히 한국적인 분위기를 기대한다. 고유의 것이 그토록 철저히 절멸된, 저질 연예프로 같은 것으로 저들의 관심을 바라는 것 자체가 헛된 과욕이다. 윤이상, 임권택, 백남준이 내놓은, 서구인들이 동경하고 예찬하는 우리 문화콘텐츠는 한국적인 향취를 마음껏 발산한다. 쇠락의 징후를 보이는 한류가 모색해야 할 새로운 돌파구도 어쩌면 이러한 평범한 사실에서 찾아질 수 있지 않을까?

관련기사





[사설] 미디어 대한 맹신, 시민의 능동적 참여로 극복해야 미디어가 부모나 교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한 지 오래다. 부모에 안겨 스마트폰 영상을 응시하는 아이의 눈길과 강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휴대폰으로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손놀림을 보면 어쩌면 상상하는 그 이상인지도 모른다. 이제 미디어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의존하는 미디어는 세상에 대하여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우리를 끊임없이 교육시킨다. 이로 인해 이용하는 미디어 채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특정한 방향으로 고정되고, 유사한 신념과 가치체계로 이어진다. 그래서 보수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인식은 보수적 생각으로 이어지고, 진보적인 사람은 자신과 유사한 성격의 매체 이용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면서 사유의 편식은 더욱 강화되고, 자신이 이용하는 미디어가 현실이 되고 진리처럼 받들어진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루는 현실은 지속적으로 중재되고 가공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미디어가 생산하는 내용에는 미디어 조직의 이윤이나 정치 권력적 욕망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되고 주관적 해석과정이 관여한다. 동일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서도 매체마다 바라보는 대상이 다르고 설명이 차별적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