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죽자 남은 사람은 눈물을 머금고 친구의 유해를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옆에 매장했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 일어나 보니 어제 분명히 매장했었다고 생각되는 그 시체가 자기 옆에 누워있지 않은가. 질겁한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면서 다시 시체를 운반하여 어제 묻었던 곳에 다시 묻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역시 그 시체가 자기 옆에 누워 있었다. 묻어도 묻어도 자기 곁에 되돌아 온 시체에 대한 공포에 질려 착란을 일으키는 한 인간의 심리과정이 그 일기장에 적혀 있었다.
그 시체가 되돌아 온 것인지에 대한 진상은 수수께끼로 끝났지만 많은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즉, 홀로 남은 사람이 견딜 수 없는 고독과 쓸쓸함으로 인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무의식 세계에서 친구의 시체를 자기가 파내어 텐트로 옮긴 것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최근 고독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반응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노인층의 자살률 상승과 고독감과의 관련은 노인문제를 생각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로 이전부터 주목된 바다. 또 우주여행에서 우주비행사 홀로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대 정신과학이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의 하나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연대(連帶)를 가진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견디고 이겨낼 수가 있다. 나 혼자만이 어떠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만큼 인간이 고독한 때는 없을 것이다.구약성서를 보면 선지자 엘리야가 위대한 일을 하다가 대적에게 쫓겨 광야로 도망하며 ‘나만 홀로’ 남았다고 하나님에게 원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고독에서 정신적인 고독상태로 빠져 버린 셈이다. 사실은 나 혼자만이 아닌 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