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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동산에 놀러온 쇼팽과 리스트


지난 가을, 배낭을 메고 동유럽을 여행하다 두 사람을 만났다. 폴란드에서는 쇼팽을, 헝가리에서는 리스트를. 이들은 그야말로 폴란드와 헝가리의 국민적 영웅들이었다. 마침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은 바르샤바와 크라쿠프는 오로지 쇼팽을 위한 도시인 것처럼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부다페스트와 바이마르에서도 리스트의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두 사람에게 민족과 조국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있게끔 한 어머니였고, 정신적 고향이었던 것이다.

2002년,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는 결국 폴란드의 온 국민들을 울리고 말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망자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앞에서 연주한 ‘발라드 때문이었다. 그것은 폴란드가 나라를 잃고 절망에 빠져 슬퍼할 때 쇼팽이 자신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눈물로 쓴 작품이었던 것이다. 고향 땅의 흙 한 줌을 안고 파리에서 망명을 하다 서른아홉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애국심은 심장만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헝가리 광시곡’은 헝가리의 민요와 집시의 선율을 바탕으로 작곡된 리스트의 작품이다. 눈을 감고 연주를 들으면, 유연하고 은은한 라쑤 부분은 헝가리의 광활한 평야와 그곳 사람들의 소박한 기품을 펼쳐내는 듯하다. 그리고 후반의 프리스카 부분은 불꽃이 튀듯 눈부시게 빠르고 정열적인 춤의 정경을 보는 듯하다. 그것은 리스트가 조국 헝가리를 위해 바친 조국 찬가였던 셈이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음악에서 내적으로 응축된 서정성과 우아함, 그리고 애절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면, 리스트에게서는 거침없는 흐름과 엄청난 스케일, 격렬하고 화려한 멜로디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두 사람은 같은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의 음악적 색깔은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도 달랐던 상대방의 음악세계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아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성으로 이끌어 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결국은 낭만주의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 세기의 거장 두 사람이 우리 계명대학교를 찾아왔다. 각각 ‘계명-쇼팽 음악원’과 ‘계명-리스트 음악원’의 이름으로. 그런데 계명아트홀 남쪽 광장에는 쇼팽의 흉상이 홀로 외롭게 서있다. 여기에 리스트를 모시면 어떻겠는가? 본관 뒤쪽의 ‘희망의 숲’에 숨어있는 ‘쇼팽 길’은 리스트 옆으로 옮기고, 쇼팽 옆에는 ‘리스트 길’도 새로 내면 좋겠다. 그리고 이참에 그곳을 아예 “쇼팽·리스트 광장”으로 명명한다면, 여기서 계명의 서양음악의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되지 않겠는가? 마치 괴테와 쉴러가 시골 바이마르 극장 앞에서 서서 그 도시를 세계적인 문예의 도시로 품격을 높였듯이 말이다.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는 올해, 계명아트홀에서 울려 퍼지는 ‘헝가리 광시곡’이 리스트 오빠부대들로 하여금 “쇼팽·리스트 광장”을 가득 메우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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