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서 두 학기 동안 가까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살피며 가장 많이 보았던 학생들의 감정은 ‘불안’이었다. 성적을 잘 받지 못할까봐,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할까봐, 원하는 곳에 제때 취업하지 못할까봐.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한 20대를 지나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이 교수라는 직업이 갖는 큰 역할이구나 깨닫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내 안의 불안을 처음 마주하게 했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불안의 원천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불안은 어른이 되며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인데, 우리는 잘 걷지 못해도, 아무렇게나 소리를 질러도 존재 자체만으로 무한한 사랑을 받던 어린 시절을 지나 냉정하고 냉담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안전하게 차지해야 하는 어른이 된다. 자리를 찾는 과정 중에 모두 격려와 환대만 받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시선에 더욱 자주 노출된다. 어렵사리 자리를 잡은 후에도 비교와 평가에 익숙해진 우리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은 이렇게 나를 사로잡는 ‘불안’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인 구조와 논리를 설명한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사회가 만들어 낸 필연적인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책의 남은 절반에서는 현대사회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어떻게 불안을 다른 사회적인 감각으로 대체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지 제안한다. 결국 끊임없이 불안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러 관점들을 제시하면서 밖에서 만들어 낸 불안을 내 안에서 잘 다스릴 수 있다고 격려한다.
우리는 완성된 채로 태어나지 않는다. 자라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나의 역할과 자리를 찾아가며 비로소 사람이 된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 사로잡혀 나와 타인을, 나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할 것이다. 불안은 이 과정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과정을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 스스로 묻고 여러 번 다시 대답하며 단단해질 것이다.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여러분을 더 강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길, 반짝반짝 빛나는 20대의 불안을 그저 견디기만 하며 살아가지 않길 응원하며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