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용돈을 손에 쥔 대학생들은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는 저축이나 투자에 눈을 돌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동안 미뤄왔던 ’나를 위한 소비‘를 선택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향에 따라 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을 알고 올바른 소비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과 2024년의 통계를 비교하며 10년간 대학생 소비 양상 변화를 살펴보고 나의 소비까지 점검해보자. -엮은이의 말-
|

● 요즘 대학생, 10년 전보다 돈 더 쓴다?
알바천국에서 발표한 ‘2014 새학기 생활비와 소비현황’에 따르면 2014년 대학생 월평균 소비액은 408,000원이었다. 10년 뒤, 같은 기관의 ‘2024 대학생 재정 관리 보고서’에서는 2024년 대학생 월평균 소비액이 768,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액의 증가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가장 보편적 요인은 물가 상승이라 볼 수 있다. 2014년과 2024년, 10년 사이의 물가 상승은 짜장면 가격으로 체감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14년 12월 짜장면은 한 그릇에 4,500원이었으나, 2024년 12월에는 7,423원으로 약 65%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교통비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2014년 대중교통비는 1회에 1,050원이었으며 월평균 교통비는 약 58,000원이었다. 2024년에는 1회에 450원 인상된 1,500원으로, 월평균 교통비도 18,000원이 증가한 약 76,000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이유로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OTT(Over-The-Top,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한 ‘디지털 구독’의 확산이다. OTT 서비스의 확대는 코로나19 시기에 급격히 대중화됐다. 오픈서베이의 소셜미디어 및 검색포털 리포트에서 20대는 1인당 평균 2.7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고 하며, 지출액은 월 18,7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명품 리셀 플랫폼, 배달 음식 어플리케이션, 새벽 배송 서비스 등이 보편화되며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소비는 온라인으로 옮겨졌고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에게 많은 소비 기회를 제공해 쉽고 잦은 소비 패턴을 만들었다. 이중 배달 음식의 경우, 2014년 대비 2024년의 이용 빈도가 월등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성인이 배달·테이크아웃을 이용하는 빈도 조사에서 ‘주 1회 이용한다’가 18.9%로 가장 많았다. 반면 2024년에는 같은 항목에서 ‘주 1회 이용한다’는 응답이 36.5%로, 2014년 대비 17.6%p 상승했다.
● 대학생 소비성향의 흐름
2014년과 2024년, 10년간 이러한 소비가 확산되며 대학생의 소비성향이 변화됐다.
먼저, 2014년 소비 트렌드는 국립국어원 ‘2014년 신어 조사 보고서’에 등장한 ‘모루밍족(모바일 쇼루밍, Mobile Showrooming)’을 통해 볼 수 있다. 모루밍족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더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진행하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말로, 2014년 대두됐던 소비 트렌드 중 하나였다. 모루밍족은 전자제품 매장에서 노트북의 사양을 확인하고, 화장품 가게에서 발색을 테스트한 후 ‘다나와’와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나 소셜 커머스를 통해 최저가로 구매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는 2014년 많은 사람들이 가성비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다.
과거 대학생들이 이러한 가성비 중심 소비를 했다면, 최근 대학생들은 가실비와 가심비 중심의 소비 패턴을 보인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소비성향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성비는 물건의 가격에 비해 물건의 성능이 뛰어난지가 구매 가치 판단의 핵심이다. |
가실비는 구매자가 이 물건을 구매하여 가격 대비 얼마나 유용하고 실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
가심비는 물건을 구매할 때 자신의 심리적 만족도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성향이다. |
특히 Z세대는 소비를 할 때, 감정적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한다. 이는 2014년 가성비 소비경향이 돋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 대학생들은 현재의 행복과 경험을 중시하는 가심비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심비뿐만 아니라, 고물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필품이나 공과금 등 필수적인 부분에서는 가격과 효용을 꼼꼼히 따지는 가실비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그 예로 중고거래 앱에서 가실비 소비가 주로 일어난다.
결국 대학생들은 기술적 환경과 사회·문화적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만족이 중요한 영역에는 가심비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이며 합리적 관리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가실비를 소비 기준으로 삼는 복합적인 소비성향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 스스로 소비 점검을 해야하는 이유
10년간 대학생들의 소비액은 증가세를 보이는 한편, 소비 패턴은 고도화된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으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배달이나 쇼핑 어플리케이션의 활성화로 모바일에서 손쉽게 돈을 쓸 수 있게 됐고, SNS 속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대학생들의 가심비를 자극해 구매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자극이 충동구매와 무분별한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10월 17일 발표된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의 단순 평균값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높은 연체율의 원인으로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이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202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70대 다음으로 금융이해력이 저조했다.
이처럼 청년층이 현명한 소비에 관한 의식이 부재한 현실에서, 스스로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무 관리에 활용하기 위한 소비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성숙(경제금융학) 교수는 “우리는 평생 돈을 소비하지만 돈을 버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30대에서 50대 사이로 한정돼 있다.”며, “미래 자산 관리 및 계획을 하려면 자신이 소비를 어떻게 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소비 성향을 파악하고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만약 체크하지 못한 항목이 있다면 스스로의 소비 습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지출 구조를 점검하고 소비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한다.
<소비 점검 체크리스트>
|
참고문헌
유제아·김민신(2023), 「MZ세대의 소비가치가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생활비 조사’, 2014
알바몬 ‘대학생 월평균 생활비 조사’, 2024
대학내일20대연구소, ‘Z세대의 미디어콘텐츠 이용 행태, 2023
「MZ세대의 소비가치가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 유제아·김민신,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