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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의무와 자율 사이, 봉사 제도를 다시 생각하다

 

"청소년 봉사활동이 사실상 실종 상태다.”

 

지난 11월,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제18회 전국 자원봉사 컨퍼런스’에서 청소년 봉사활동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장에서 구혜영(한양사이버대·사회복지학) 교수는 2019년 이후 청소년 자원봉사 참여율이 92%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9년 말 ‘2024년 입시부터 봉사 실적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입이라는 봉사의 명분이 사라진 순간, 참여율이 급감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대학생에게도 나타났다.

 

많은 대학이 장학금이나 졸업 요건으로 일정 시간 이상의 봉사를 요구하고, 사회봉사 과목을 개설해 학점을 부여한다. 그러나 봉사는 ‘해야 하는 일’에서 ‘굳이 안 해도 되는 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최소 시간만 맞추거나, 그마저도 편법으로 대체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봉사는 점점 형식적인 스펙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구직자의 68%가 ‘봉사활동’을 가장 중요하지 않은 스펙으로 꼽은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자원봉사에 참여한 실인원은 2019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입시와 취업이라는 실제적 동기가 약해지자, 20대를 중심으로 봉사 참여는 빠르게 줄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급감하는 봉사자 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의무적인 학생 봉사활동 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이다. 김영삼 정부의 교육위원회가 발표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 속에는 봉사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듬해 교육부가 ‘학생 봉사활동 운영지침’을 통해 한 학년당 20시간 이상 봉사하도록 규정하면서 의무 봉사의 시대가 열렸다.

 

당시에도 논쟁의 핵심은 자발성이었다.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봉사의 자발성을 논하기에는 지난 시대에 비해 봉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환경이 척박해졌다. 의무적으로라도 봉사활동을 하던 시기에 학생들은 적어도 한 번은 사회적 약자를 직접 마주했고, 그들의 삶을 겪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경험은 봉사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고, 이후 진정한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봉사는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 행위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관대하지 않다. 선의를 개인의 선택에만 맡겼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약한 지점이다. 자율만 강조하다 축소된 봉사 제도를 시대에 맞는 형태로 재정비해야 한다. 봉사활동에 일정한 가산점 혹은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선의를 강제하는 일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실천해 보는 공적 훈련에 가깝다. 문제는 봉사자의 수가 줄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이 감소를 자율성 회복으로 포장하며 넘어갈 것인지, 공동체 붕괴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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