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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호 기자칼럼] 그 쇳물 쓰지마라, 죽음의 행진이 멈출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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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 전, 어느 청년이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했다. 당진에 위치한 철강소에서 일했던 김씨는 5m 높이의 전기로 위에서 고철을 넣어 쇳물에 녹이는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사했다. 당시 전기로는 섭씨 1천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었고 이에 김씨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김씨는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시를 댓글로 남겼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

 

오늘도 2.3명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1년에 855명이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는다. 죽음의 원인은 제각각이다. 떨어져서 죽는 이가 347명으로 제일 많았다. 이어서 끼임(106명), 부딪힘(84명), 깔림‧뒤집힘(67명), 교통사고(55명), 물체에 맞음(4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질병을 얻어 사망한 노동자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5.5명이 죽는다. 광산노동자 503명은 뇌심질환으로 사망했고, 402명은 진폐증으로, 125명은 직업성 암으로 숨을 거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육체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해왔고, 요통을 앓아왔으며, 난청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잔인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통계에 잡히지 못한 죽음이 더욱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현황조사’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숫자로나마 접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비극은 때때로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밝으면서도 조용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열정이 넘쳤던” 청년이자,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들었으며, 뭐든 잘 먹었지만, 특히 치킨을 좋아했던 김용균 씨는 석탄가루로 뒤덮인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하철역 안전문 유지보수업체에 취직한 김군은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수리하던 중 역내로 진입한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꿈을 펼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들의 숱한 죽음을 계기로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 법은 여전히 허점이 많다. ‘또 다른 김용균’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전태일 3법’ 입법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죽음의 행진에 무심한 기업들에 경종이 될 수는 있다. 그때 비로소 ‘그 쇳물’은 죽어간 노동자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 ‘그 쇳물 쓰지 말고/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새끼 얼굴 한 번 만져보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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