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3.5℃
  • 맑음강릉 11.7℃
  • 구름많음서울 6.1℃
  • 구름많음대전 5.9℃
  • 구름많음대구 8.0℃
  • 맑음울산 8.2℃
  • 구름많음광주 8.1℃
  • 맑음부산 11.0℃
  • 흐림고창 1.0℃
  • 맑음제주 8.9℃
  • 구름많음강화 1.6℃
  • 구름많음보은 1.9℃
  • 구름많음금산 2.3℃
  • 구름많음강진군 4.1℃
  • 맑음경주시 6.1℃
  • 맑음거제 8.4℃
기상청 제공

[기자칼럼] 그 쇳물 쓰지마라, 죽음의 행진이 멈출 때까지

꼭 10년 전, 어느 청년이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했다. 당진에 위치한 철강소에서 일했던 김씨는 5m 높이의 전기로 위에서 고철을 넣어 쇳물에 녹이는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사했다. 당시 전기로는 섭씨 1천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었고 이에 김씨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김씨는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시를 댓글로 남겼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

 

오늘도 2.3명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1년에 855명이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는다. 죽음의 원인은 제각각이다. 떨어져서 죽는 이가 347명으로 제일 많았다. 이어서 끼임(106명), 부딪힘(84명), 깔림‧뒤집힘(67명), 교통사고(55명), 물체에 맞음(4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질병을 얻어 사망한 노동자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5.5명이 죽는다. 광산노동자 503명은 뇌심질환으로 사망했고, 402명은 진폐증으로, 125명은 직업성 암으로 숨을 거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육체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해왔고, 요통을 앓아왔으며, 난청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잔인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통계에 잡히지 못한 죽음이 더욱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현황조사’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숫자로나마 접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비극은 때때로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밝으면서도 조용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열정이 넘쳤던” 청년이자,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들었으며, 뭐든 잘 먹었지만, 특히 치킨을 좋아했던 김용균 씨는 석탄가루로 뒤덮인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하철역 안전문 유지보수업체에 취직한 김군은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수리하던 중 역내로 진입한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꿈을 펼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들의 숱한 죽음을 계기로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 법은 여전히 허점이 많다. ‘또 다른 김용균’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전태일 3법’ 입법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죽음의 행진에 무심한 기업들에 경종이 될 수는 있다. 그때 비로소 ‘그 쇳물’은 죽어간 노동자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 ‘그 쇳물 쓰지 말고/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새끼 얼굴 한 번 만져보자, 하게’.

관련기사





[가까운 AI] 지금 우리에게 다가온 미래, 올해부터 시행되는 ‘인공지능기본법’이란 무엇인가? 요즘 ChatGPT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학생들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단어 검색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ChatGPT와 공유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은 일상의 전 범위에 침투해 있고 우리나라도 인공지능에 관한 기본법을 2024년 12월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바로 여러분이 아시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기본법)’이다. ● 인공지능기본법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공지능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기본법은 사용자를 보호하고 인공지능산업 발전을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구체적인 면에서는 개정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학술적인 문제점은 학자들의 몫이니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인 ‘고영향 인공지능’이라는 개념만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이 법에서는 고영향 인공지능의 개념을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으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의 영역에 활용되는 것’이라고 상정했다. ● 고영향 인공지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