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언론을 통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연일 위협하고 있는 시국이다. 하지만 실상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엄포에 대해서 별로 동요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은 자리하지만 의례 그러하듯 ‘또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고 말 정도로 우리는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전쟁도발이 통일이라는 주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그리 작지 않다. 실제로 지난 4월 7일 워싱턴 포스트지는 북한의 연이은 전쟁도발 위협으로 한국 내에서 통일의식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 한 바 있다. 한국에서 남북통일은 수십년 간 학교 교과서와 정부 공익광고에 등장하는 명백한 ‘국가적 목표’였으나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통일에 관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대 학생 2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및 통일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북한을 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한 학생이 33.5%로 과거보다 2배 이상 높아졌으며,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64.2%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도 63.4%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취업의 문턱을 넘으려 애쓰다보니 통일 같은 건 신경 쓸 틈도 없어 보인다.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3.2%)의 배를 넘고 대학생 하나 졸업시키는 데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야 할 만큼 힘든 상황에 반백년 넘게 떨어져 있던 한 민족의 이야기란 그저 ‘귀찮고 난폭한 이웃’ 그 이상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이란 경제적으로 보나 민족 역사적으로 보나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이 땅에 먼저 살다간 이들의 간절한 열망이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평생의 한이기도 하다.
이를 잊지 않고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우리가 살기 바쁘고 상대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고 밀어두기에는 남은시간이 많지 않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전쟁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 또한 결정적인 역사전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정치권과 민간이 힘을 합하여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이 상황을 잘 이겨내어 우리가 그렇게 목놓아 노래 부르던 우리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바래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