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콘서트’와 ‘코미디빅리그’와 같이 방청객을 앞에 두고 코미디 공연을 펼치는 공개 코미디는 지상파를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SNL 코리아의 ‘MZ 오피스’와 유튜브의 ‘숏박스’, ‘너덜트’ 같은 스케치 코미디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스케치 코미디란 SNS에서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로, 일상적인 배경 속에서 ‘젊은 꼰대’, ‘카공족’ 등 캐릭터성이 돋보이는 인물을 등장시켜 재미를 유발한다. 문제는 그런 인물들은 실제로 흔히 만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많은 사람들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인 것처럼 부풀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젊은 꼰대의 일면만을 다룬 스케치 코미디를 본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이에 투영하여 사회의 악으로 여기며 혐오하는 것이다. 개인 간의 작은 일을 큰일로 여기는 것은 과거 공개 코미디를 즐기던 때와 변함이 없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 시절엔 많은 사람들이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서로 같은 주제에 대해 공감하곤 했다. 사회적으로 거대한 맥락을 가진 담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에 가족 간 대화의 필요성을 다룬 ‘대화가 필요해’, 사회의 관료주의와 책임회피를 비판한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코너가 당시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큰 담론에서 벗어난 소수 의견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결과 공개 코미디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던 이야기가 아닌 추상적인 정치 풍자를 남발하다 많은 비판과 함께 종영에 이르렀고, 코미디 소재는 사회적 담론에서 개인적인 일상으로 옮겨갔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오갈 법한 이야기가 코미디로 자주 사용되면서, 시청자들은 영상 속 인물을 실제 주변 사람들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케치 코미디 제작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캐릭터를 과장하고, 언론은 이 소재를 사실 확인 없이 사회적 문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혐오적인 표현으로 서로를 비난하거나, ‘젊은 꼰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나치게 검열하게 된다.
지금의 스케치 코미디는 개인과 개인 간에 일어나는 작은 일들이 부풀려지며 시청자로 하여금 일상적인 문제들을 사회적인 이슈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따라서 스케치 코미디의 소재와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문제들과 지나치게 과장된 인간 군상이 사회적 담론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 제작자와 언론, 시청자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