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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대한민국, 희생자를 자처하는 우리 사회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독일의 학살로부터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민족 국가 건설을 위한 사상인 시오니즘을 발전시켰다. 학살의 기억과 시오니즘은 세대에 걸쳐 군사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명분이 됐다. 그렇게 오늘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민족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 채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까지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겪었던 민족의 아픔을 정체성으로 삼아 희생자 지위를 이어받는 후속세대의 사고방식을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Victimhood nationalism)’라 한다. 과거에 받은 피해를 근거로 지금 행동에 도덕적 정당성을 호소하는 희생자 의식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을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만들었다.

 

한 예로 젠더 갈등 속에서 래디컬 페미니즘 진영은 남성을 가부장제 속 수혜자, 여성을 피해자라 주장하며 사회적 배려와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혁명보다는 고결한 희생자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미러링이란 이름으로 혐오 표현을 반복했다. 반대로 젊은 남성층 일부는 병역 의무와 역차별 등을 근거로 피해자를 자처하고 인터넷상에서 드러나는 극단적 성향을 정당화했다.

 

이들은 개인의 경험을 사회 구조로 결부시키는 사회적 경향에 힘입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집단적으로 공유한다. 한 여성의 독박 육아는 가부장적 사회, 한 남성의 불행한 부부 생활은 불평등한 결혼제도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 짓는 것이다. 개인의 피해 사실은 집단적 피해의식이 되어 약자로서의 정체성과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로써 우리 사회에서 희생자란 하나의 지위가 됐고, 이를 둘러싼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정치권은 살아남은 학생들을 트라우마를 겪은 개인이 아닌 국가적 비극의 희생자 집단으로 다뤘다. 이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대학 특례 입학 제도는 외부로부터 비극의 피해자가 아닌, 입시제도의 부당한 수혜자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피해 자체에 대한 논의는 희미해지고, 누가 더 피해 봤는지를 다투는 소모적인 갈등만이 남았다.

 

희생자를 자처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사회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대립 구도에 갇히고, 피해는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누가 더 무고하고 더 피해받는지만이 화두에 오른다면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손해와 득실만을 따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갈등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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