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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영화 속 역사왜곡, 재미있으면 그만?

“세종 25년,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지었는데...(중략)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 102권』에 수록된 문장으로, 세종대왕이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독자적으로 훈민정음을 반포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대한 업적을 높이 사며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를 역대 왕들 중에서도 특히 존경하여 아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설을 벗어난 내용의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하며 논란이 일었다. 다름 아닌 영화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는 한글창제의 주역으로 세종대왕이 아닌 승려 ‘신미’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 캐릭터는 한글창제 과정이 사료에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서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허구의 인물이다. 
 
사실상 다른 역사영화에서도 허구의 인물은 빈번하게 등장한다. 역사 자체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한정된 사료와 기록으로 인해 어느 정도 상상의 영역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실제가 아닌 창작물이라고는 하나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등으로 인해 관객들이 실제 역사를 인지하는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은 창작의 자유를 가지는 동시에 역사 지식을 철저하게 고증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또한 역사 영화를 접하게 될 때 스스로 올바른 역사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우려 해서는 안 되며 영화 속 팩트(fact)와 픽션(fiction) 요소들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애초에 영화는 관객 수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창작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잘 포장돼있다. 영화 속 장치에 현혹돼 무비판적으로 역사를 받아들인다면 영화 내용이 잘못된 상식으로 자리 잡아 그릇된 역사관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영화 감상 후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해 찾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실존 인물과 매우 다르게 묘사되는 등의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역사적 고증을 거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관객들은 주체적 소비를 해야 한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영화가 시장을 장악하도록 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들 스스로 의심스러운 부분은 따져보고 다른 사람들과 후기를 공유하는 주체적인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역사왜곡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면, 해당 영화는 상영 횟수가 줄어들며 극장에서 금세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만큼 사람들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 <나랏말싸미>는 심각한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한 채 흥행에 실패했다. 올바른 역사관을 찾고 알리고자 한 관객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늘 그렇듯 역사는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항상 비판적이고 경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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