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규모 시험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학사 사고로 보기에는 이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겁다. 초대형 온라인 교양 강좌, 비대면 시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험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 사태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오늘날의 대학 교육의 근본적 가치를 둘러싼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뒤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학 교육은 꾸준히 효율성을 목표로 달려왔다. 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 강의와 비대면 수업을 확대하고, 선택권 확대를 위해 졸업 전공 학점을 축소하는 등 제도를 개편해 왔다. 일련의 변화는 대학을 직업 준비의 전 단계이자 학위 취득 자체만을 목표로 삼는 기관으로 바꾸어 놓았다. 학령 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와 이를 근거로 한 대학의 서열화 과정은 이 흐름을 더욱 고착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평가의 형식까지 획일화시켰고, 변별력과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수능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 역시 이런 평가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교수들 또한 채점이 훨씬 까다로운 논술 중심의 평가보다 선택형 문항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전공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AI를 정답 찾기 도구로 사용하려는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발표문, 논문, 보고서까지 자동으로 생성하는 AI는 깊이 읽고 스스로 이해하는 학습 방식을 점점 더 주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늘 해오듯 활용을 통제하는 것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수에게 해결책을 전적으로 요구하기도 어렵다. 대학의 재정적 한계로 강좌 수와 규모, 강의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AI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와 파급력으로 대학 교육의 본질을 뒤바꾸고 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진다 해도 ‘가치’와 ‘의미’는 언제나 사람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지식은 AI가 아니라 학습하는 사람의 신체에 남겨진다. 학습은 결과물에 이르는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AI가 만든 문장을 읽고 의심하고 고쳐 쓰며 사고와 판단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쓰기와 읽기 교육은 더욱 깊어져야 하고, 학생과 교수가 학습 경험에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AI와 상호작용하는 학습 과정 전반을 평가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AI 활용이 교육적 성과를 높일 가능성은 분명하다. 장차 펼쳐질 세계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더 적극적인 AI 활용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사실 또한 결코 부인할 수 없다. AI 활용은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고와 지식의 재구성을 돕는 학습 도구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매우 어려운 길을 계속해서 더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