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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저작권 - AI가 만들어낸 콘텐츠도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을까?

생성 작품 저작권 귀속 및 침해 여부 정립되지 않아, 기술 발전 따른 제도개선 필요

딥러닝 기술 기반해  AI 분야의 성장 급속도로 진행

 법제적인 규율은 기술 발전 속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다양한 저작권 문제 검토 후  현행 저작권 제도 내 이용 가능한  AI 산출물 활용 가이드 마련해야

 

 

 

● AI 기술 발전과 저작권 문제

작년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AI로 만든 작품이 1위를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라는 작품으로, 그 제작에는 텍스트 입력을 통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사용되었으나 주최 측에서는 대회 규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수상작 선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2월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AI에 의하여 생성된 이미지에는 작가의 창작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미드저니를 활용하여 만들어낸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최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에 기반하여 AI 분야의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활용하여 만들어낸 작품들이 장르를 막론하고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법제적인 규율은 아직 불명확하거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AI를 통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법적인 보호, 특히 저작권에 의한 보호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 현행 저작권법에 따른 AI 산출물 보호

우리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조). 법문의 해석상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에 따라서 보호되는 저작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창작물일 것을 요하며,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귀속되는 주체 또한 사람(법인을 포함한다)일 것을 전제한 것으로 이해된다. 동물이 직접 찍거나 그린 사진, 그림 등이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Chat GPT 등의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성된 결과물인 그림이나 시, 소설을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물로 보기는 어려우며, AI의 법인격을 별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법제 하에서는 그로 인한 법적인 권리를 AI에게 귀속시키는 것 또한 곤란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성된 결과물에 저작권이 인정되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한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도 어문이나 미술, 음악, 영상 저작물 등의 창작과정에 다양한 컴퓨터프로그램이 활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AI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AI를 단지 수단으로써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에 종종 활용되는 명령어(prompt) 입력에 따른 AI 산출물 생성 등 일련의 과정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어느 정도라고 볼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그와 별개로 자동적으로 만들어진 AI 산출물에 인간이 추가적으로 편집하거나 가공하여 만들어진 작품의 경우 그 추가적인 작업에 대한 창작성은 당연히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의 측면을 본다면, AI 자체에 권리가 귀속될 수는 없으므로 현행법의 해석으로는 해당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데 창작적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창작적 기여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한 문제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AI 제작자, 이용자,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저작자라는 견해 등이 제시되기도 하나 이 부분 역시 아직까지 법리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AI 산출물 보호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

AI 산출물 보호를 위한 법제도 방안 또한 신중하게 고려될 필요성이 있으나, 그 이전에 선행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즉, AI 학습을 위하여 크롤링(crawling) 등을 통하여 공개된 데이터들을 무작위로 가져다 쓰는 경우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의 복제‧전송행위가 일어나는데 이 경우의 저작권 침해 문제, 그리고 AI 산출물이 인간이 만들어낸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성을 띄는 경우의 저작권 침해 문제, 즉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AI 개발업체에서 학습용 데이터를 더 이상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경우)침해에 대한 입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문제 역시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창작의 영역에서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창작의 모티브를 얻거나 단순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유익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AI 산출물의 완성도가 높아져 사실상 인간의 창작물과 경쟁관계 내지는 대체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 이르러서는 이를 창작자에게 마냥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AI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보호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창작자와 관련 산업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 등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성이 있다.

 

● 향후의 AI 관련 저작권 정책 방향

현재 국회에는 AI 학습 등 정보분석 목적의 경우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필요한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2021. 1. 15. 도종환의원 발의안, 2022. 10. 31. 이용호의원 발의안)이 계류 중에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운영(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하는 등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는 생성형 AI 기술의 개발 및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저작권 문제를 검토하고 현행 저작권 제도 내에서 이용 가능한 AI 산출물 활용 가이드를 마련함으로써 AI 산업 발전을 지원하면서도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의 도출을 목표로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 기업들을 고려하면 입법적 대응방안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관련된 해외 동향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EU에서는 생성형 AI 개발업체의 학습용 데이터 등 시스템 구축에 사용한 현황 자료 공개의무를 포함한 인공지능법안(AI Act)을 추진 중에 있으며, 미국은 작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 인공지능 권리장전 청사진을 발표한 데 이어 현재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에서 AI 시스템 규제안과 관련된 여론을 수렴 중에 있다. AI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국가별 접근방식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국내적 상황에 걸맞는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하여 명령어만으로 인간의 창작물과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한 결과물을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지금, 저작권의 관점에서도 특이점(singularity)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저작권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이전에 정책적‧제도적 측면에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이미 AI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이를 업무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각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