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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호 기자칼럼] 학생자치기구 선거를 바라보며

좋은 말만 듣고 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높으신’ 자리를 원한다면 ‘나쁜 말’을 들을 각오쯤은 해야 한다. 거북한 말일지언정 흘려들어서는 안 되고, 귀담아 들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너희들은 불만이 많냐’고 억울함을 토로해봤자 공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우리의 리더를 뽑는 총학생회 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부터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리고 선거운동원들의 목소리는 우렁차다. ‘우리가 이만큼 열심히 한다. 잘할 자신 있다. 그러니 우리를 뽑아달라’라는 유권자를 향한 처절한 구애(求愛)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유권자의 눈에 비친 선거운동원들의 구호는 그저 ‘소음’에 지나지 않고 각 후보자들이 내 놓은 공약은 신선하지 않다. 그나마 내놓은 공약이라는 것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뒤따른다.

한편으로는 후보자 연설회나 토론회도 일절 개최하지 않은 중선관위의 방침도 이해하기 어렵다. 제55대 총학생회 선거는 2011년 이후 무려 6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인지 후보자 연설회나 토론회 등이 개최되지 않아 후보자를 판단할 제대로 된 기회가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학생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누구를 뽑으라는 말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 지금의 학생자치기구 선거의 민낯이다.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여태껏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모두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말 뿐인 소통은 지겹다. 후보자로서 유권자 앞에 선 사람들조차 구호를 외치고 바닥을 찰뿐인데, 이것을 소통이라 보기는 어렵다. 선거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 후보자들의 구호는 필경 소음이 될 운명이다. 그나마 선거운동 기간에는 후보자들의 얼굴이나마 볼 수 있지만 선거가 끝난 뒤엔 행방이 묘연해진다. 소통은 일회용이 아닐 텐데 말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나 공약이 아니다. 후보자 한 명 한 명의 면모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공정한 선거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찾아낼 수 있는 후보들의 ‘진정성’이다. 후보자들이 진정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의지가 있는지, 학생들이 분노할 때 함께 분노할 수 있는지, 또 슬퍼할 때 함께 슬퍼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멀어진다면, 더 이상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기호 1번 ‘똑똑’ 선본은 ‘함께하자 남다르게’를, 기호 2번 ‘늘봄’ 선본은 ‘마주잡은 두 손 함께하는 걸음’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두 후보진영 모두 ‘함께’를 강조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들의 진심이 얼마나 전해졌을까. 3일 뒤 표심의 향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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