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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우리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최근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이 <PRODUCE 101> 시리즈에서 시청자 투표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큰 질타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시청자에게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었고, 더욱이 후반부 시청률이 항상 3~5%에 이를 정도로 매 시즌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연습생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에 대한 애정을 갖고 투표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였다는 점에서 공분을 샀다. 내정자가 있었다면 서바이벌 경쟁 포맷을 적용해서는 안 됐다. 공정 경쟁이라는 번지르한 포장지 속에 사실은 승자를 내정해 두고 펼친 대국민 사기극인 것이다. 이는 비단 오디션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종 채용비리로 얼룩진 취업 시장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회사가 ‘갑’이고 지원자는 ‘을’인 현실에서 특혜채용, 채용비리 등의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은 자연스레 노력만으로는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패배주의’에 빠지게 만든다.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그저 누군가의 들러리일 뿐이라는 무력감을 느낀 채 좌절해버리기도 하며,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은 입사 지원자의 혈연이나 배경으로 판단하려 하기보다는 지원자들의 노력과 능력 위주의 채용을 보장해야 한다. 지원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통해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고 기업 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 공정한 채용은 단지 지원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부정채용을 통해 입사한 ‘낙하산’ 직원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낮은 직무 이해도로 업무효율성과 팀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며 불공정 채용관행에 의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고, 지원자들에게도 공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채용이다. 하지만 공정성이 상실된 취업 시장에서 사람들은 꿈을 위해 능력을 쌓는 대신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신이 가진 배경을 탓하기에만 급급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기업과 개인 모두가 발전할 수 없다. 지난 6월 채용포털사이트 ‘사람인’의 불공정한 채용 경험 조사에 따르면 실제 구직자 6백27명 중 절반이 넘는 51.7%가 불공정한 채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부정청탁 금지를 위한 김영란법 제정, 블라인드 채용 실시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을 타파하고자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함께 부정청탁, 채용비리 등을 근절하여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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