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부터 15일까지 펼쳐졌던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인공지능 기술이 특정 분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고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실감하게 되었다. 이를 본 다수의 언론과 네티즌들은 영화 ‘아이, 로봇’, ‘엑스 마키나’ 등에 나오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예언하며 인공지능 발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 개발에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들 또한 이번 대국에 대해 더 좋은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며, 긍정적인 면을 볼 것을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한동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SW·콘텐츠연구소장 등의 전문가들은 ‘인류는 지식을 배워 문제 해결에 적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컴퓨터는 그럴 수 없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특정 전문영역에서 만큼은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편리하게 바꿀 것이다.’고 주장하며 기술 발전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았다.
더불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도 단순히 인간과 기계와의 싸움이 아닌 인간과 그 기계를 만든 인간의 대결로 보는 것은 어떨까? 대국 후 이세돌은 “알파고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고 밝혔고, 대회를 주선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가 이긴 것이다.”고 말했다. 기계 자체가 인간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그 기계를 만든 인간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인류의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진정으로 우려해야할 것은 인간의 윤리의식이 기술의 발전 속도와 나란히 가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해킹, 파밍, 디도스 공격 등을 통해 기술의 발전에 비해 윤리의식이 뒤처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편리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을 만든 인간이 있는가 하면, 악성 바이러스를 만들어 남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인간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기계를 다루는 인간에게 있다.
롭 하이 IBM 최고기술책임자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사회와 경제 속에서 포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편의를 위해 기술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기술 개발자 및 운영자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이나 학교, 회사 등에서 관련 교육을 강화해 개인이 범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인류는 이러한 혁신의 과정을 통해 진보하고 있다. 또한 기계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