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이라고 믿었던 행동이 어느 순간 나를 옥죄는 것처럼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최근에 나는 ‘루틴’과 ‘강박’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분명 좋은 의도로 시작한 좋은 행동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의도를 넘어서서 나를 옥죄고 틀에 가두는 것이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대에 눈을 뜨고,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고양이의 밥을 챙기고 화장실로 향한다. 이젠 완전히 몸에 익은 나의 ‘루틴’이지만, 이 루틴을 몸에 익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오랜 시간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젠 그중 하나만 빠뜨리거나 조금 늦게 일어나는 날이면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나’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다른 루틴들도 마찬가지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양치를 해야 하는데 다음 수업 시간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양치를 못하거나, 집에 들어가면 바로 샤워를 하고 다이어리를 써야 하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러지 못한 날이면 그렇게나 기분이 상할 수가 없다.
어쩌면 나에겐 이 틀 안이 안식처인지도 모르겠다. 틀이 나에게 강박으로 다가와 나를 옥죄는 순간에도 ‘이대로만 하면 돼. 그럼 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래서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쯤 되니 ‘강박이 나쁜 건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루틴들을 만들어 갈 것이고, 그 루틴들은 문득 나에게 강박으로 다가오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들을 대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강박이 찾아와도 스트레스 받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만드는 것. 나의 규칙이 강박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내 마음이 그만큼 물렁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내 마음이 단단하다면, 강박이 스트레스가 아닌 ‘정말 이게 내 루틴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강박과 루틴에 대한 해결책이나 결론 같은 건 명확하지 않다. 그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루틴 혹은 강박들 앞에서 ‘이것이 건강한 루틴인가, 아니면 나를 틀에 가두는 강박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다. 그 질문에는 결코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에, 루틴과 강박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