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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20대, 첫사랑, 대학시절

할 말이 있어서 너를 불렀던 밤이었다. 막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려던 찰나였다. 너는 짙은 갈색 재킷에 물 빠진 데님바지. 검은색 벨트. 왼손에 Emporioarmani 손목시계. 고르지 못한 숨. 제법 긴 의자. 내 옆에 네가 앉았다. 고개를 돌리고 속삭이던 내 입가에 너는 눈썹을 추켜세우고 가까이 귀를 댔다. 가로등 밑이었다. 자주 벌겋게 달아오르던 너의 귓불. 어두워도 보이던 너의 찰나들. 나는 내게서 네가 빠져나갔던 시간을 되뇌었다. 하려던 말들이 도망치고 나서야 당신이 왔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앞니는 갉아먹는데 익숙했고 봄은 사라지는데 익숙했다. 나는 나부끼는 이파리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위에 당신을 눕혔다. 말들은 공중에서 도망쳤고 길을 헤맸다. 애타게 너를 찾았던 그 시절 나처럼. 당신의 일렁이는 동공 위에는 한 겹의 계절이 남아 있었다. 다섯 번째 계절이었다. 속눈썹을 잠그고 했던 간곡한 부탁들. 느린 말투. 옅은 보조개. 이름 모를 향수. 이 센티미터 더 가까이 그 계절이 왔다. 겨울의 초입에서 차갑게 언 내 손은 생의 반대편으로 내던지고 싶었다. 얼굴이 없는 긴 목들이 왼쪽 손목에서 생에 가장 빠르게 지나가던 그 밤에 네가 내게로 온 일, 꿈같았다.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모든 것을 잊은 채로. 그냥 바람이 차다고 할까. 목이 마르다고 할까, 헛된 고민만 했다. 호흡과 호흡 사이에 머무르던 숫자들. 일, 이, 삼사, 오육칠, 팔구십. 그토록 연한 얼굴로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심장은 발끝으로 떨어졌다. 스치던 옷깃과 부르튼 손등의 촉감을 나는 기억했다. 그 계절, 그 시절, 그 전부의 20대. 나의 모든 행간에 당신이 살았다. 그래서 어떤 계절은 몇 해 빨리 길을 잃거나, 몇 해 먼저 나를 찾아왔었던 것 같다. 다시는 오지 않을 당신과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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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총, 균, 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 균, 쇠’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여 년 전, 문학사상사에서 펴낸 6백60여 페이지의 방대하고 육중한 이 책을 보름을 넘겨 독파했을 때 그 만족감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한마디로 감동과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지역적으로 위대한 발상지나 그 이동과 인종주의적인 이론들로 가득했지만 ‘총, 균, 쇠’는 달랐다. 우선 이 책은 1만3천 년 인류역사의 기원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엮어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유전학, 병리학, 생태지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등 온갖 학문들을 동원해 인류 발전의 속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지나치게 과학적 이론이나 깊이 있는 생물학 또는 역사와 지리적 상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대한 양임에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강대한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독특한 문화, 언어, 민족과 독립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지리적 조건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수려한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