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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호 독자마당] 사랑해요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우리는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인생을 버텨 나가며 전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자신을 쉽게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 오랜 시절 만들어진 습관화된 슬픔을 그만큼 시간을 들어서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 즉 봄 햇살이 겨울 내내 쌓였던 눈을 녹이는 것처럼 그렇게 비루함이라는 고질적인 슬픔을 천천히 치유해줄 사람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만이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법이니까. 


슬픔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고통 없이 영그는 열매가 어디 있겠는가. 사랑은 나무 같아서 때로는 꽃 피고 때로는 열매 맺고 때로는 단풍 들고 때로는 낙엽진다. 사랑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서 철에 따라 황홀함과 쓰라림이 동반된다. 비록 못 견디게 아파도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사랑은 아무리 옷섶을 여며도 늑골이 허해지는 계절이다.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이나 우리 사이에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감돈다. 의무적으로 하는 연락은 안부를 전하는 게 고작이고, 사랑 표현에 인색한 나는 끝내 입을 다문다. 오랜만에 만난 날, 옷도 사 주고 좋은 음식도 사 주고 집까지 데려다 주길래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 봤다. 그 말을 들을지 예상하지도 못했는지 살짝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요. 만날 때마다 짜증내고 화내서.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당신 앞에서만 서면 어리광을 부리게 돼요. 이제부터 오랜만에 보는 거 말고 오래도록 보기로 해요, 우리.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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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