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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왕릉 아파트’ 문제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포 장릉 인근에 건설 중이던 어느 아파트 단지가 알고 보니 문화재보호법을 어긴 ‘불법 건축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문화재 보호와 재산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게 된 것이다. 김포 장릉은 지난 2009년 다른 조선 왕릉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는 장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조건으로 그 경관을 보존할 것을 요구했는데, 아파트가 경관을 훼손한 탓에 자칫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부랴부랴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되는 아파트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건설사와 입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왕이 중하냐”라는 반론이 대표적이다. 문화재로 인해 건설 중이던 아파트를 철거해야 한다면 입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고, 수천 세대가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를 아무런 대책 없이 철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촌극의 와중에 그간 우리가 못 본 척 지나쳤던 어떤 ‘산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거리로 밀려나는 철거민 말이다.

 

88올림픽은 우리의 고도성장 신화를 자축하는 동시에, ‘민주화된 대한민국’을 세계 만방에 선보이는 국가적 축제였다. 온 나라가 잔치 분위기로 떠들썩할 때, 정부는 ‘판자촌’이 외국인들의 눈에 들어간다면 수치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상계동에 있던 200여 가구를 철거하려 했다. 주민들은 거세게 저항했지만 결국 철거 작업은 완료됐다. 그렇게 ‘환경정비’를 명목으로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짓밟음으로써,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다시 왕릉 아파트 논란을 본다. 죽은 왕보다 산 사람이 귀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이 진실이다. 그러나 “산 사람이 귀하다”는 말은 “‘어떤 산 사람’만 귀하다”는 말로 수정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귀하다면 88년의 상계동 사람들, 나아가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갔을 어떤 존재들의 비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우리는 ‘가진 사람’의 목숨이 중요한 것이지 ‘산 사람’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닌가. 그렇게 하면 우리는 ‘떳떳’할 수 있는가.

 

어찌됐건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여력이 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아파트가 철거되든, 심지어 왕릉이 철거되어도 일이야 순리대로 흐를 것이다. 그러니 부디 죽은 왕이 아니라 ‘산 사람’들을 위해 살았으면 한다. 가진 사람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약자들도 “산 사람이 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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