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내가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은, 굳게 닫아두었던 창문을 아침저녁으로 활짝 여는 것이다. 무더웠던 여름에는 창문 열기가 그렇게 두려울 수 없었건만, 어느덧 활짝 열어두어도 딱 기분이 좋을 만큼의 시원함이 스친다. 좋아하는 노래 목록을 재생한다. 말라가는 화분에는 듬뿍 물을 주었고, 반가운 마음에 대청소도 시작한다. 누군가가 1년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정리하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는, 옷장을 열어 탐색에 들어간다. 입은 기억이 까마득한 연분홍 블라우스와 청치마가 눈에 띈다. 청치마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어느 순간 편안한 옷을 선호하게 되었다. 살을 빼면 그때 꼭 다시 입겠노라고 접어두었던 나름의 사연이 있는 옷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입지 않을 것 같은 무언의 느낌에 과감히 상자 속에 던진다. 짧은 여름옷은 구석으로, 긴 종류의 옷을 꺼내기 쉬운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에 대비하여, 약간 도톰한 후드도 꺼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리가 막바지에 달할 무렵, 돌려두었던 이불빨래가 꺼내달라고 아우성이다. 무거운 이불을 낑낑대며 널어두고 나면, 그제야 화장실 청소가 남았다는 사실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청소를 끝내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저 이불처럼 내 몸도 축 늘어진다. 자취하기 전에는 몰랐었다. 항상 깨끗한 집은 그저 혼자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매일 관심 가지고 청소하는 손길이 존재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이렇게 깨끗하고 포근한 공간인데 매일 이런저런 핑계로 몸만 빠져나가기 바빴던 시간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한다. 이 가을에는 나의 공간을 좀 더 부지런히 사랑으로 돌봐야지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