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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가을을 맞이하는 방법

가을이 왔다. 

 

내가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은, 굳게 닫아두었던 창문을 아침저녁으로 활짝 여는 것이다. 무더웠던 여름에는 창문 열기가 그렇게 두려울 수 없었건만, 어느덧 활짝 열어두어도 딱 기분이 좋을 만큼의 시원함이 스친다. 좋아하는 노래 목록을 재생한다. 말라가는 화분에는 듬뿍 물을 주었고, 반가운 마음에 대청소도 시작한다. 누군가가 1년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정리하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는, 옷장을 열어 탐색에 들어간다. 입은 기억이 까마득한 연분홍 블라우스와 청치마가 눈에 띈다. 청치마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어느 순간 편안한 옷을 선호하게 되었다. 살을 빼면 그때 꼭 다시 입겠노라고 접어두었던 나름의 사연이 있는 옷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입지 않을 것 같은 무언의 느낌에 과감히 상자 속에 던진다. 짧은 여름옷은 구석으로, 긴 종류의 옷을 꺼내기 쉬운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에 대비하여, 약간 도톰한 후드도 꺼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리가 막바지에 달할 무렵, 돌려두었던 이불빨래가 꺼내달라고 아우성이다. 무거운 이불을 낑낑대며 널어두고 나면, 그제야 화장실 청소가 남았다는 사실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청소를 끝내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저 이불처럼 내 몸도 축 늘어진다. 자취하기 전에는 몰랐었다. 항상 깨끗한 집은 그저 혼자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매일 관심 가지고 청소하는 손길이 존재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이렇게 깨끗하고 포근한 공간인데 매일 이런저런 핑계로 몸만 빠져나가기 바빴던 시간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한다. 이 가을에는 나의 공간을 좀 더 부지런히 사랑으로 돌봐야지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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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