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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3호 독자마당]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긴 겨울 동안 얼어붙은 것은 날씨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핑계로 나 또한 게을렀다. 절필에 가까울 만큼 글이라곤 쓰지 않았다. 기껏 쓴 것이라고는 일기나 쪽글 정도였다. 한 때 마음 속에 들끓던 욕심들도 주춤했다. 새 학기에는 다른 자랑보다, 지적 허영을 좀 부려보고 싶다던 알량한 과시욕도 잠잠했다. 읽겠다고 다짐한 책들을 옆에 두고 뉘엿뉘엿 잠을 잤다. 산문집, 원론, 시집 등 책을 사 모으는 욕심은 늘었지만, 정작 그 책들을 몽땅 읽어내겠다는 다짐은 사그러든 것만 같았다.

이제는 처음 글을 쓰던 때보다 훨씬 쉽게 책 한 권을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해먹을 깔고 누워 많은 밤들을 의미 없이 보냈다. 나태엔 마땅한 치료법도 없어서. 이 나태는 어쩌면 자만에서 올라왔을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응당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만용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즐거움을 처음으로 깨쳐갔을 때의 마음을 되짚어 보았다. 낡은 책 한권을 제본이 떨어질 때까지 읽던 때가 떠올랐다. 카프카는 책이 우리 마음속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고 말했다. 아집과 외로움으로 얼어붙어 있던 내 바다는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녹아내렸을까. 그리고 지금도 더 녹아내리고 있을까. 어쩌면 다시 얼어붙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내면 속의 얼어붙은 바다를 내리 깨는 것은 책이지만, 그것을 녹이기 위해서는 결국 열정으로 들끓는 나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다시 겨울이 와도, 찬바람이 불어도 바다가 얼어붙지 않도록 비춰줄 태양을 마음속에 품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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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