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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3호 독자마당]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긴 겨울 동안 얼어붙은 것은 날씨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핑계로 나 또한 게을렀다. 절필에 가까울 만큼 글이라곤 쓰지 않았다. 기껏 쓴 것이라고는 일기나 쪽글 정도였다. 한 때 마음 속에 들끓던 욕심들도 주춤했다. 새 학기에는 다른 자랑보다, 지적 허영을 좀 부려보고 싶다던 알량한 과시욕도 잠잠했다. 읽겠다고 다짐한 책들을 옆에 두고 뉘엿뉘엿 잠을 잤다. 산문집, 원론, 시집 등 책을 사 모으는 욕심은 늘었지만, 정작 그 책들을 몽땅 읽어내겠다는 다짐은 사그러든 것만 같았다.

이제는 처음 글을 쓰던 때보다 훨씬 쉽게 책 한 권을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해먹을 깔고 누워 많은 밤들을 의미 없이 보냈다. 나태엔 마땅한 치료법도 없어서. 이 나태는 어쩌면 자만에서 올라왔을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응당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만용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즐거움을 처음으로 깨쳐갔을 때의 마음을 되짚어 보았다. 낡은 책 한권을 제본이 떨어질 때까지 읽던 때가 떠올랐다. 카프카는 책이 우리 마음속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고 말했다. 아집과 외로움으로 얼어붙어 있던 내 바다는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녹아내렸을까. 그리고 지금도 더 녹아내리고 있을까. 어쩌면 다시 얼어붙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내면 속의 얼어붙은 바다를 내리 깨는 것은 책이지만, 그것을 녹이기 위해서는 결국 열정으로 들끓는 나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다시 겨울이 와도, 찬바람이 불어도 바다가 얼어붙지 않도록 비춰줄 태양을 마음속에 품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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