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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도 어느새 끝나가고 있다. 오르락내리락 불순한 날씨에 한꺼번에 피었다 금새 져버린 봄꽃의 아쉬움 때문인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나의 한 해는 다 가고 말아’라는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김영랑의 시가 새삼 가슴에 와 닿았던 오월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오월은 온갖 기념일로 가득 채워진 것 같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그 찬란함도 느껴볼 사이 없이 행사로 바쁜 달이 되어 버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의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그리고 온갖 축제들이 이어진다. 오월에 있는 기념일들의 특징은 하나 같이 사랑하고 감사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젊을 때에는 감사의 의미가 의무적이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느껴졌었다, 그래서 스승의 위치가 되었을 때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꽃을 달아줄 때는 왠지 쑥스럽고 부끄럽기만하여 피하고 싶었다. 지금도 불편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작은 마음의 표시들을 고맙게 여기게 되었다.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내 자신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가를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얼마나 감사할 것이 많은지를 깨닫게 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달 초에 궁산에 오르면서 딴생각을 하다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었다. 인대가 늘어났는지 아직도 걸을 때마다 아파서 좋아하는 걷기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연로하신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여 산소호흡기로 호흡하시는 모습을 뵙고 이렇게 코로 숨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지 감사한다. 이제 비록 집에서 누워만 계시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또 얼마나 다행인가?

교정에서 축제의 열기로 젊음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으면서 우리 학생들이 취업과 스펙 쌓기의 짓눌림에서 잠시 벗어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이 시기를 만끽하고 즐기는 것도 감사하고 싶어졌다. 그들의 밝게 빛나는 얼굴, 활기찬 모습은 얼마나 어여쁜지. 점점 미래에 대한 준비가 쉽지 않아져가는 오늘에 대학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낭만마저도 빼앗기는 것이 아닌지 괜한 우려가 됐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도 행복을 발견하고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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