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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시작함


지난 여름에는 무던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그래서인지 내가 걷는 길 주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꽤나 무성하게 자랐다.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심히 넘겨보았을 코스모스의 꽃을 만져본다.

다른 꽃들도 있는데 아는 꽃이라곤 코스모스뿐이다. 시원한 그늘이 그립다고 생각할 때 아스팔트길을 가로지르는 물체를 보았다. 까만색 도마뱀이다. 잡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유심히 살펴보니 꼬리부분이 없다. 무척이나 뜨거울 아스팔트 길 위로 열심히 움직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한 20분 걸었을까? 이제 내가 처음 목적하던 곳의 건물이 나타난다. 학교 내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는 학군단 건물로 빨간색 2층의 건물인데 옆에는 콘크리트로 지은 사격장도 있다. 이곳이 걷기를 시작한 나의 반환점이다.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검은 색의 도마뱀이 아스팔트 길 위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또 다시 나의 시선을 끈다. “어 이 놈은 꼬리가 다 있네?” 라고 생각하는 잠깐 사이에 사라졌다. “왜 먼저 본 놈은 꼬리가 잘렸고 이놈은 기다란 꼬리를 갖고 있을까?”라는 하찮은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계속 걷다보면 여러 벌레들이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데 바로 옆 빈약한 소나무에 눈길이 쏠렸다. “비둘기인가?” 생각했지만 비둘기가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비둘기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유심히 보고 있는데 그 새 역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학교 도서관 쪽으로 발걸음을 틀 때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며 나지막하게 있던 풀의 씨앗들이 다른 풀 사이로 멋지게 퍼져나감을 보았다. 35분을 걷는 동안에 비록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지만, 혼자 외롭게 걷지는 않았다. 수많은 코스모스를 스치며 지나가는데 그들은 나를 반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뻤다.

깊어져 가는 가을의 태양 아래서 이마에 흘러내리는 작은 땀을 식혀주는 내리막길의 반가운 바람과 우연히 만나는 도마뱀 두 마리와 새 한 마리, 그리고 많은 벌레들. 이 모든 것이 나에게 행복감을 주었다.

어쩌면 행복은 긴 시간 동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닐까? 지금 연구실로 돌아와 짧은 시간 걷는 동안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되새겨 보며 생각해 보았다.
“역시 오늘부터라도 걷기를 시작한 것은 잘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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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