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달콤한 휴식과도 같은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스포츠의 핵심요소 중의 하나는 스포츠 선수이며, 유명 스포츠인은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팬들로부터 받게 된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수많은 스포츠 선수 중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을 만할 정도의 인기를 누리는 선수는 그리 많지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서는 어릴 적부터 학업을 비롯한 많은 것을 포기케 만들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스포츠 선수는 사회의 변두리에서 일생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에는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이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속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작년에 삼성라이온즈의 스타는 단연 돌부처라는 별명을 가진 오승환 선수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도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그의 잠재력을 본 대학에서 그를 스카웃했다. 하지만 그의 불운은 대학에서도 계속되어 끊임없는 부상과 재활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졸업 때 즈음에 시속 150km 가까운 투구를 던져 삼성라이온즈에 스카웃되었다.
2005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한 그의 초기 연봉은 2천만원 수준이었다. 학창시절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야구만을 위해서 달려온 그에게는 보잘것 없는 수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을 떠나기 전 그의 연봉은 5억 5천만원으로 최고의 대우였다. 결론적으로 일본 한신구단에 입단을 했지만, 한때는 미국 메이저리그로의 이적도 검토되었다. 개인의 연봉도 연봉이지만, 당시 오승환을 데려가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은 삼성라이온즈 측에 250억원 정도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도 검토를 했다고 한다.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삼성구단의 메이저 선수 약 50여명의 연봉을 모두 합치면 50억 정도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 측은 오승환 선수 한사람 때문에 5년간 50여명의 선수들의 연봉을 해결한 셈이었다.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때마침 대기업 면접이 진행되고 있을 작년 가을에 오승환 선수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회사에 들어가면 월급만 축내는 사람이 아니라, 오승환 선수처럼 50명을 5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져라”라고 주문을 했다. 몇 주후 한 학생이 헐레벌떡 연구실로 찾아 왔다. 모기업에 면접을 보았는데, 면접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라”라는 이야기에 오승환 선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고 했고, 이후 합격통지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학생의 평균평점은 3.1 정도였고, 객관적인 스펙상으로는 그 기업에 입사를 할 수 없었던 조건이었다.
성경에 보면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덩어리와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이신 유명한 이야기이다. 소위 스펙이 낮았던 학생을 선택한 기업의 면접관은 그 학생이 이룰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믿은 것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이 되고, 4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지방대라는 멍에와 자신의 스펙을 돌아보며 자칫 취업이라는 큰 관문에 의기소침해지기가 쉽다.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가슴에 품고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이 되어야 한다.
기업은 우리의 큰 능력을 처음부터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기업 면접관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펙을 통해서 그 학생이 살아온 과거의 지표를 평가하고, 기업의 일원으로서 펼칠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스펙에는 꼭 토익이나 학점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가슴에 품고 있다면, 기업은 거기에서 회사의 미래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