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시행된 ‘인성교육 진흥법’ 때문에 각 대학의 현안이 인성교육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 평가에 인성교육 항목이 주요 잣대로 작용하고 있으니 대학으로선 결코 관망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지난 학기 인성교육원을 설립하고 안동의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과 협력 체제를 갖추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법이 규정하는 바, 인성교육의 목적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관련된 핵심적인 덕목은 모두 8가지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성이라는 정신적인 가치가 과연 주입식 교육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에선 전문기관과 단체에 교육을 위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인성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을 것은 번한 일이다. 그나마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독서교육이다. 학교 당국에서 교양교육대학을 확대 개편하고 독서 중심의 교양세미나 교육에 중점을 두는 일이나, 계명총서 115권을 선정 공포하고 핵심도서를 중심으로 한 교과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일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매체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문자 텍스트를 읽힐 것인가 하는 게 관건이다. 이미 인류의 문화 패러다임이 글자문화에서 영상문화로 바뀌었는데 그것을 되돌릴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초 단위의 CF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과연 책 한 권을 읽어낼 수 있는 인내심과 집중력이 있을까 싶다. 젊은 세대에게 장시간 한 자리에 앉아 책을 읽어내는 것은 어쩌면 고문에 가까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독서교육은 무엇보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딱딱한 이론서적보다는 이야기가 바탕이 되는 문학작품을 먼저 읽히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순수소설을 권장해야 한다.
순수소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연구된 바가 있다. 2년 전 미국의 뉴스쿨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아이언스’ 온라인판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사람의 심리·감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순수소설 읽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연구진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글을 보여준 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 유독 순수소설을 읽은 사람만 빼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대중소설의 인물은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행동이 예측가능한 데 반해, 순수소설에는 속내를 알기 힘든 복잡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수소설을 읽다 보면 지적 자극을 받게 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돼 인지·정서 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인성의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지식, 공감, 의사소통 능력, 갈등해결 능력을 통합한 능력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인지·정서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성공적인 인성교육을 위한 한 방안으로써 순수소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