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 세계는 지금, 플랫폼 경쟁으로 ‘핫’하다.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아이비엠(IBM),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apple) 등 해외의 유명 글로벌 아이티(IT) 기업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앞세우며 4차 산업혁명의 선두를 앞 다투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네이버, 다음카카오, 에스케이(SK), 케이티(KT) 등의 국내 대표 기업들 또한 ‘빅스비’, ‘클로바’, ‘카카오아이’, ‘에이브릴’, ‘누구’, ‘기가지니’ 등 각종 인공지능 플랫폼을 공개하며 차세대 플랫폼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의 지능정보기술이다. 그러나 포브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플랫폼 레볼루션’에 따르면 ‘미래 기업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미래 시장 경쟁의 핵심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더라도 플랫폼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아마존, 구글 등의 해외 주요 기업들이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지 오래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개발자들이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면서 자체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덕분에 아마존이 2014년에 출시한 ‘알렉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는 1만 가지 이상에 달하며, 이를 탑재한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는 시장 점유율 7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쇼에서 우승하며 명성을 떨친 아이비엠의 ‘왓슨’은 의료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왓슨은 우리학교 동산병원을 비롯해 조선대병원, 부산대병원 등에 도입되며 실용화 및 상업화에 성공했다. 구글은 수년간 공들여 온 자연어 처리 능력과 지구상에서 가장 방대한 검색데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튜브·지메일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모든 인프라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탑재 기기는 온 지구에 뿌려져 엄청난 수량이다. 여기에 알파고가 보여준 엄청난 능력이 결합되면 그야말로 ‘독보적’이게 된다.
IT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자체적으로 개발한 독자 플랫폼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아마존, 구글 등의 해외 기업에서 앞서 개발·배포한 AI 플랫폼을 연계한 스피커 등을 출시한 것이 고작이었다. 이미 해외에 한 차례 뒤처진 우리나라는 그나마 ‘한국어 지원’을 앞세우며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펼쳐왔으나, 그마저도 최근 들어 구글 등에서 한국어 지원 기술을 갖추게 되며 위협을 받고 있다. 기술을 선점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해외 기업들을 따라가기만도 버거운 실정이다.
더구나 한국 기업이 처한 불리한 환경도 문제이다. 지난 9월 19일 현대경제연구원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의 연구개발 현황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IT분야 국내 고급인력 비중이 9.5%로 미국 32.4%, 중국 20.2%와 비교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거미줄 규제도 치명적인 난관이다. ‘우버’, ‘모더나’와 같이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해외 유명 서비스 및 업체들이 많으며, 특히 선진국과 비교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도 어렵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2017년 50대 글로벌 스마트 기업’,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가장 혁신적인 성장기업’에 미국은 총 56개의 기업이 포함된 데 반해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해외 기업들은 각자 저마다의 특징을 살려 미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출 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규제를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플랫폼 전쟁,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내 기업과 기업 간 협력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