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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호 사설] 함께하는 삶과 행복

지난 10여 년간 행복도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았는데, 그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관계성’이었다. 행복하게 사는 나라는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윤활유가 풍부하다. 그렇다면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윤활유란 무엇일까? 타인을 위한 미소와 배려, 존중, 무엇보다 타인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평가받는 덴마크의 경우 길거리나 직장에서 다투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덴마크 사람들의 ‘협력’이다. 이들은 무엇이든 공유하려고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연구실에 프린터를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기보다는 공유하려 하고, 아파트에서는 세탁기를 각 세대가 따로 보유하기보다는 공유해서 사용한다. 관계의 질이 낮은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사회로 시선을 돌려보자. 대한민국은 지난 40-50년 사이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 최빈국에서 이제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이에 비해 사람들 간의 관계성은 매우 취약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다툼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며, 폭력성도 높고 공존의 규범이 약하다. 이는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존의 규범이 약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이 많이 있는데, 그 예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소형의 아파트를 지으려 하면 마을의 주민들이 나서서 반대한다. 이유는 기존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장애아를 위한 학교를 세우려 하면 모두가 나서서 자신의 동네에는 안 된다고 반대한다. 서울 강서 지역의 어느 동네는 주민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면서 자기 지역에는 장애아를 위한 학교를 지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도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무릎을 꿇고 지역주민들에게 도와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들어섬으로 인해서 재산가치가 감소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은 눈물겹지만 그러면 장애아들은 어디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이런 현상들은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공존의식이 약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관계성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일관된 결론이다. 대한민국은 이 관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우리나라의 관계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경제성장에 집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장은 사실상 이념처럼 굳어 버렸다.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지배적인 가치로 인식하는 문화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역효과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경제지상주의는 극단적인 물질주의를 유발했고 이는 공동체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윤활유를 소진시켜 버렸다. 즉,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앗아가 버렸다는 말이다. 물질주의는 전후좌우를 돌아보게 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발전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의 질은 악화시켰다. 경제성장이 ‘좋은 삶’에 이르게 하지 못하면 그것은 건강한 성장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과제이다. 다행히 신정부는 균형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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