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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안전국가가 아니다

지난 13일,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서 이슬람 국가(이하 IS)가 도심 6곳에서 테러를 자행해 무고한 시민 1백29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를 공포로 내몰았다. 또한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서아프리카의 말리에서 인질극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IS는 파리에 이어 로마, 런던, 워싱턴 등 구체적인 장소를 거론하며 추가 공격을 선언해왔다.

파리 테러로 인해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테러 관련 인물이 체포되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8일 경찰은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연계 단체인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하는 불법체류 인도네시아인을 검거했다. 2007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면서 SNS에 알누스라 전선의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드는 영상이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사진을 올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용의자는 흉기와 모형 소총, 타인 명의의 현금카드와 통장 등을 소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번 테러를 일으킨 IS는 지난 9월 한국을 포함한 62개국을 ‘십자군 동맹국’으로 꼽으며 “십자군 국가의 시민을 살해하라”라는 지명을 내렸다. 올해 초 IS에 가담한 김 군 외에 IS 가담을 시도한 내국인 2명과 사제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국내로 밀수하려던 외국인 IS 동조자 5명을 적발한 바 있다. 또, 자발적으로 IS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한 내국인 10명도 있었다. 2010년 이후 국제테러조직에 가담했거나 테러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인물로 지정되어 국내에서 추방된 외국인이 48명임이 밝혀지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안전국가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 수가 21만3천5백65명이라고 밝혔다. 2011년 통계치인 16만7천7백80명보다 27%나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검거된 인도네시아인이 거주하던 충남 아산 지역만 해도 2천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살고 있다. 그들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테러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극단주의자들이 시리아 난민으로 가장해 각국에 위장 입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장소는 경기장, 식당, 공연장 등으로 민간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중시설인 서울역은 경비 인력이 24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전문적인 대테러 훈련을 받지 않은 직원이 4분의 1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역을 포함한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극장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에 대한 테러 대비도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 관련 법안은 사이버테러를 포함해 총 5건이다. 우리나라의 테러방지법안은 국회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14년째 떠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파리 테러로 인해 수면 아래에서 잠잠하게 있던 법안들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 간의 심한 의견 차로 인해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북이 대치하며 군사적 도발이 자주 발생하고, 국가의 주요기관 또는 민간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또한 제법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테러방지법안 통과는 불가피한 것을 넘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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