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학벌 프리미엄이다. 학벌로 사회의 계층이 좌우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도 초·중·고등학생들은 소위 열·공을 하고 있다. 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학벌이 취업은 물론이고 승진 및 임금 책정에 이르기까지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입시 경쟁부터 학벌 프리미엄을 따기 위한 무한 경쟁시대가 되어버렸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대학의 서열을 통해 한 사람 인생의 반이 정해지는 것이 우리사회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4년제 대학 졸업자 20%의 임금이 고졸취업자보다 낮고, 소위 명문대학에 입학하고도 취업이 잘되는 지방대학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학벌사회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력 거품이 점점 빠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학벌 프리미엄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학생의 실력이 아닌 대학 간판이 앞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극심한 취업난 앞에서 맥없이 좌초되어버린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해 1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대학에 갖다 내고도 졸업 후 취업이 안돼 9학기, 10학기 등 졸업을 연기하는 일이 다반사이며, 취업 사교육 받기 위해 해외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펙을 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았을 때 이제는 대학 간판에 따라 가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에 있는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의 대학 간판보다 인성 및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더 중점으로 본다고 하니 학벌 프리미엄이 깨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이 최근 들어 뚝 떨어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결국 학력 인플레의 해소는 선진국처럼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산업 현장에 밀착된 전문 직업교육을 받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데 있다. 실제 MB정부에서 추진한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통해 많은 고졸자들이 전문적인 직업 교육을 통해 사회에 진출했다.
기업이 이공계 인재를 원한다고 취업이 안 되는 인문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학력보다 기술과 기능이 중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잡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발전하고 부흥할 수 있는 것은 이공계 발전과 우수한 기술력이 바탕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적 사고인 학벌을 따지며, 능력보다는 학벌에 한 표를 던지고 있는 문화가 팽배하다. 정부는 부당한 학벌 프리미엄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틈새를 찾아 이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 역시 고졸자와 대졸자, 관리직과 생산직 간 부당한 임금 또는 승진 차별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얻은 대학 간판이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학벌이 조금 떨어지지만 능력이 출중하면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십 년을 학벌이 지배하던 사회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정부와 기업들이 학벌 거품을 조금씩 없애간다면 우리 후손들은 조금 더 건강한 사회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