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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호 사설]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다

한동안 온갖 화려한 색감으로 캠퍼스를 치장하던 단풍들이 다 사라지고 누렇게 변한 낙엽들만 발길에 차인다.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와 더불어 겨울이 성큼 우리 곁에 찾아온 것이다. 파릇파릇한 잔디가 돋던 새 봄이 어제 같은데 문득 돌아보니 서리가 내리는 초겨울이다. 벽면에 붙은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 진한 아쉬움과 조바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봄이 올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 믿음 때문에 이 춥고 을씨년스런 계절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저 낙엽은 다시 가지에 붙을 수 없다. 플라타너스 가지에 매달린 방울열매도 언젠가는 떨어져 흙속에 파묻힐 것이다. 이 세상에 고정불변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생멸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생명체만 그런 게 아니다. 조직이나 단체도 계절의 변화와 똑같은 흥망성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것을 부인하거나 거절한다면 순리를 거역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해의 열매가 새 싹이 돋는 가지 위에 매달려 있다면 얼마나 보기 싫을 것인가.

떨어진 나뭇잎이 비록 다시 살아날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헛된 일이라고 할 순 없다. 그 조락의 희생을 통해 나무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명의 수레바퀴이다. 테두리가 한 바퀴 도는 동안 바퀴의 축은 앞으로 나아간다. 개체의 죽음이 종의 보존을 가져온다는 말이다. 이러한 수레바퀴의 원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대학사회이다. 한 학기가 끝나면 서둘러 연구실의 주인이 바뀐다.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졸업생과 신입생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대학이라는 수레바퀴가 영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끝은 늘 새로운 시작이 된다. 나뭇잎을 다 떨구고 선 저 나무들의 겨울잠이 단순한 휴식이라고 할 순 없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겨우내 잎눈을 만들고 열심히 꽃눈을 살찌우는 것이다. 대학의 겨울잠은 방학이다. 방학의 의미가 휴식에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영부영하다가 어느 새 개학을 맞이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구체적이고 분명한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에 옮긴 옹골찬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주어진 교육과정을 따라가느라 소홀히 했던 자기계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고전을 읽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읽은 만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독서야말로 자기성장에 가장 필요한 밑거름이 아닐까. 나무의 성장을 결정하는 부름켜처럼 청년시절의 독서체험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 이번 방학에는 지난 달 공포된 ‘타불라 라사 115권’ 교양도서 목록을 앞에 두고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일은 어떤가. 맹추위 속에서도 열심히 잎눈을 마련할 저 나무들처럼 학기말이 곧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방학 첫 날부터 책장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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