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부유하면서도 행복도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좋은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정치란 국민의 애환을 적기에 포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의 에너지가 집중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사회전반의 소통을 촉진시키고 상호이해와 사회적 신뢰를 증진시켜 공존의 규범을 유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는 동반자 의식이 강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한다. 당연히 사회적 갈등이 적을 수밖에 없다. 좋은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평화스럽고 조화로운 나라들이다.
덴마크의 경우를 보면 정치인들이 도대체가 싸우지 않는다. 2014년 이 나라 현직 국회의장을 만났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국회 경력 30년 간 의원들 사이에 욕설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 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덴마크 정치는 상호공존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정치세력 간에 동반자 의식이 있고, 따라서 대화가 매우 활발하고 타협이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이 나라 정치의 에너지는 국민이 당면한 문제해결에 집중된다. 국민이 행복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다툼’ 거리들이 정치의 테이블에 올려져서 적기에 해결된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보면 해방 이후 줄곧 정치는 극단적인 다툼의 장이었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화가 없다. 요즈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국정감사 현장의 모습이 그 단면이다. 우리에게 정치란 ‘게임’이다. 이기고 지는 것만 있다. 여와 야가 공존의 대상이 아니다. 적이다. 적이기 때문에 상대를 넘어 뜨려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정파의 약점을 잡고 문제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정치가 늘 파국과 파행을 맞는 이유이다. 정치의 에너지가 다투는데 허비되기 때문에 민초들의 애환과 고통은 쌓여만 가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도 여기서 기인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이처럼 목숨 걸고 싸우는 이유는 이들이 원래 ‘전투’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구조 때문이다. 즉, 정치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덴마크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정치시스템은 정치가 합의에 기반해서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여와 야가 늘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해서 의견조율을 한다. 파국, 파행이 거의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개헌의 핵심적인 부분은 정치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정치개혁의 방향은 공존의 규범이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는 권력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는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한다. 여기서는 권력이 승자에게 독점된다. 패자에게는 “국물”도 없다. 패자는 권력의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이들의 역할은 빼앗긴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 끝없이 승자의 약점을 찾는 것이고, 부각시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사회의 공동선에 무엇인가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잡는 것이다.
권력을 공유하도록 하려면 내각제와 같은 대안적 정부구조, 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는 선거제도의 변화, 좀 더 허용적인 정당설립과 정당민주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