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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와 계명대학교의 미래

나무는 자존의 상징이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존의 핵심이다. 은행나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무 중에서도 자존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생명체이다. 은행나무는 은행나뭇과에 한 종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유일성(唯一性)’을 갖추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개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백악기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구성(悠久性)’을 지닌 존재이다. 그래서 은행나무를 소철과의 늘 푸른 바늘잎 소철과 낙우송과의 갈잎 큰 키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부른다.

우리 대학교는 창립 115주년을 기념하여 은행나무를 교목으로 선정했다. 우리 대학교에서 교목을 은행나무로 삼은 것은 아주 특별하다. 아주 힘든 시절 척박한 땅에서 계명대학교를 창립한 기독교 정신이 은행나무의 삶과 아주 닮았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의 유일성과 유구성은 지구상의 그 어떤 나무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 우리 대학교에서 은행나무를 교목으로 삼은 것은 바로 은행나무의 위대한 삶을 배워 무궁한 발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나무에게 배울 것은 단순히 유일성과 유구성이 아니라 유구성과 유일성의 과정이다. 한 존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결과보다 과정을 이해할 때만 싹트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유일성과 유구성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변화 덕분이었다. 은행나무는 겉씨식물 중에서도 거의 유일한 넓은잎나무이다. 겉씨식물의 특징 중 하나는 바늘잎이지만 은행나무는 잎이 넓다. 은행나무의 이러한 특징은 혹독한 시련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은행나무가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 바늘잎으로 세상과 마주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은행나무는 잎을 크게 만든 덕분에 ‘오리 발을 닮은’ ‘압각수(鴨脚樹)’라는 이름을 얻었다. 은행나무의 이름은 ‘은빛 살구[銀杏]’라는 뜻이다. 열매가 살구나무 열매를 닮아서 얻은 이름이다. 은행나무가 유구성과 유일성을 가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나무와 다른 수정방식이다.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수정기간이 4-5개월이 걸릴 만큼 길다. 은행나무는 수정기간만 긴 게 아니라 사람처럼 정자로 수정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다른 나무와 달리 긴 수정기간과 독특한 수정방식은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아울러 암수 딴 그루의 은행나무에서는 균형과 조화를 배울 수 있다. 은행나무는 노란 잎도 아름답지만 부채 같은 잎새는 다른 나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주맥이 없는 부채 같은 잎새는 잎의 모양을 지탱할 뿐 아니라 수분과 양분의 통로이자 아름다움의 원천이다.

은행나무는 유구성과 유일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국제성을 띠고 있어 결코 외롭지 않다. 은행나무는 중국 천목산이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을 거쳐 영국, 그리고 미국까지 건너가서 세계의 나무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대학교 캠퍼스에는 100종이 훨씬 넘는 나무가 살고 있지만 대명캠퍼스 본관과 성서캠퍼스 본관의 은행나무는 우리 대학교 은행나무 중에서도 대표 나무이다. 내가 이곳의 은행나무를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행단(杏壇)’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행단은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친 공간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살구나무의 ‘단’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의 ‘단’이다. 언덕에 자리 잡은 행단은 계명대학교의 미래를 암시한다. 서양식 건물 앞의 행단은 융합의 상징이고, 동서양 정신의 융합은 미래를 향한 창의성 교육의 벼리[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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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