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신문방송학과의 Hammond 교수는 지역의 작은 신문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오라는 조별 과제를 내주었다. 그 수업을 듣던 신문방송학과와 컴퓨터공학과 소속의 학생 4명은 컴퓨터로 신문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하면, 기자들이 현장취재나 인터뷰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 4명의 학생들이 힘을 합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스탯몽키라는 것이었는데, 야구경기를 정리하고 요약하기 위한 것이었다. Kris Hammond 교수와 학생들은 Narrative Science라는 기업을 창업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2013년 9월 1150만 달러(약 115억 원)의 투자를 받고 소프트웨어도 Quill로 이름을 바꾸어 개발하였다. 이런 분야를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이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전공을 하는 학생들의 무모한 도전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미국의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라는 회사는 초당 9.5개의 기사를 생산하며, 2013년에만 총 3억 개에 이르는 기사를 생산했고 월 평균 1만 5천 개의 기사를 언론사에 판매했다. 스웨덴의 Karstad 대학에 있는 Clerwall 교수는 최근에 4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소프트웨어가 작성한 기사를 학생들에게 읽혔더니 기자가 쓴 것인지 소프트웨어가 쓴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봇 저널리즘이 발전하게 되면, 기자들은 직업을 잃게 될까, 아니면 보다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될까.
켄쇼(Kensho)라는 신생기업은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이다. Kensho는 ‘Warren’이라는 소프트웨어 엔진을 개발했는데, 구글벤처스에서 1000만 달러(약 1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Warren은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수집하여 증권시장의 추세를 예측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위안화 환률이 강세를 보이면 삼성전자의 주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켄쇼의 Warren은 이런 질문에 답을 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인 것인데, 증권분석까지도 사람의 두뇌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주식을 사고파는 것도 소프트웨어가 판단해서 자동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주식투자에 인간의 감정을 개입시켜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보다 컴퓨터처럼 아무 감정이 없는 기계가 미리 정해진 계획대로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10% 오르면 팔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팔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결국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컴퓨터는 미리 설정된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일정 비율의 손해와 수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은 이제 그 위력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의 모든 생활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로봇 저널리즘도 워렌도 사실은 자료와 지식을 거의 무한대로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기업들의 장단기 미래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돕는 The Institute for the Future(미래연구원)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던 Roy Amara는 “We tend to overestimate the effect of a technology in the short run and underestimate the effect in the long run”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사람들이 어떤 새로운 기술의 영향력이 단기적으로는 매우 클 것이라고 하면서, 장기적인 영향력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로봇 저널리즘이나 워렌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인터넷이라는 기반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이제 그 서막을 보여주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스탯몽키나 워렌 같은 기회를 알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