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많은 현안에 대해 진보·보수, 노·소, 지역, 문화적 갈등을 보여 왔고 현재도 이러한 갈등에 직면해 있다. 제주도 강정천(강정마을)에 설치한 해군기지, 운영기간이 종료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연장결정, 핵 방폐장 건설부지결정에 따른 혼란, 검정교과서 제도의 폐지와 국정교과서 제도의 도입, 성주지역에 설치예정인 사드(THAAD) 문제 등은 아직도 진행 중인 문제다. 이런 문제들은 각자의 가치관, 경제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견해의 피력이 가능하고 나름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이 존재할 수 있다. 무릇 대립되는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의 대립은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볼 때도 가장 정상적인 것이다. 이 현안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의 주장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답은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안의 문제에 대해 남의 이야기처럼 눈을 감고 살 수는 없다. 현안의 문제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중요한 문제이고 이 땅에 사는 국민과 향후 이 땅에 살 우리 후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현안 해결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법이 가능하겠지만 공동체의 합의안에서의 해결방법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우리 법체계 안에서의 접근을 고려해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헌법이란 공동체의 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권력의 행사방법인 민주주의원칙에 부합되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민주주의의 비효율성과 비경제성을 이유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인격적 가치를 존중하고 개별 국민의 자기결정에 근거한 결정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가치가 어느 특정 집권자, 소수의 권력자, 소수의 정당에 의해 결정되는 것보다 더 헌법적 가치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은 더 확보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결과적인 정당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실정을 하고 있는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일지라도 그에 대한 정당성은 투표라는 절차를 통해 국민의 대표로 임명되었다는 점에서 도출된다. 마찬가지로 국가정책의 결정도 그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그 정책의 집행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정책수행의 정당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체적 결과의 정당성만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은 현대국가에서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본질적인 요소이며 실제 헌법재판소나 사법부도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의 현안 문제들은 과연 얼마만큼 이런 헌법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안전보장과 경제성장이라는 목적으로 정부의 국가정책 결정에 대한 중요성만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에게 보장된 헌법적 가치인 절차적 참여의 정당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가치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그 어떤 국가에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 현안의 문제 해결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의 하나인 절차적 정당성의 보장을 통해서 그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