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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호 사설] 눈치보는 정부, 정작 국민 눈치는 안 본다

2016년 상반기에 옥시 레킷벤키저(현 PB코리아, 이하 옥시) 등에서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로 많은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피해자는 총 4천4백여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9백명이 넘어 막대한 인명 피해까지 초래했다. 에어컨필터, 공기청정기, 치약, 샴푸까지 독성물질을 함유한 제품이 수도 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국적 기업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했는가? 대표적인 예로 옥시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지고 나서 검찰조사를 받기 전까지도 어떠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청문회와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창현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옥시 전 대표 등이 형사적 처벌을 감면받으려는 목적으로 피해자들과 합의를 서두르는 것”이라며 “유럽이나 미국이었으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상금액을 책정해 발표할 수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사건이 만약 영국에서 일어났다면 피해배상금과 더불어 매출의 10%인 1조8천억원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피해자들에게 수백억원씩 배상해야 한다. 피해자 단체는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방관하였고, 우리나라 자체적 제도도 미비하여 1천5백억원도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 급히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산업부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해 네 차례에 걸쳐 공식 리콜조치를 발표했다.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리콜로, 큰 파장을 일으키거나 안전과 관련된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이러한 실태 속에서도 옥시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집계한 2014년 말 기준으로 옥시에 대한 해외지분 투자분은 8백61억원이다. 올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건네받은 ‘투자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 MIT를 제조한 SK케미칼 지분도 13.1%인 2천305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는 존재인 국가가 국민을 올바로 지키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대응을 제대로 했는가? 다국적 기업과 강대국의 눈치를 보기만 하고 문제에 미진하게 대응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가 아니다. 부당한 것에 대해 그들에게 따질 건 따져야 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제조 및 판매한 경우에 따른 형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로부터 기업이 리콜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 대표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만 부과된다. 기업이 제품결함을 발견하고도 정부에 보고하지 않을 때 과태료는 5백만원이다.

독성물질은 우리 생활 속에 꽤나 깊숙하게 파고들어있다. 이제부터라도 국가는 이러한 독성물질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보여준 자세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자와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발 벗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요소조차 막아내지 못하고 예방하지 못한다면 어찌 국가의 책임을 다한다고 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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