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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론 분열’ 그리고 ‘verum-factum’에 대한 유감

이른바 ‘조국 대전’으로 아직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국론 분열’을 걱정한다. 한 쪽은 ‘검찰 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고, 다른 쪽은 ‘조국 구속’, 심지어 ‘대통령 탄핵’까지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으며, 이 진영들 간의 대결에서는 그 어떤 상호 인정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으니, 그 걱정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걱정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의 것이다.

 

첫 번째 걱정은 방금 언급한 ‘걱정’에 대한 걱정이다. ‘국론’이라는 것은 그 존재 사실부터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당위성의 관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적 상식이 아닐까. 국가란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 속에 살면서 저마다 다른 가치와 신념을 지닌 자립적 주체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니, 건전한 국가란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인정하면서 공정한 규칙에 따라 수행하는 경쟁, 교섭, 연대 등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국론’이라는 단어에는 오로지 한 방향의 주의만이 절대적으로 옳으니 모든 구성원이 그것에 순종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그러기에 그 단어의 소극적 추종자들은 ‘분열’을 걱정하고, 적극적 추종자들은 의견 또는 ‘색깔’이 다른 이들을 절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경향을 종종 보인다. 밝은 빛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깔들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여러 색깔의 빛들이 대기 중 불순물로 인해 산란되면 저 밝은 태양이 다만 ‘붉게’만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물리학자 레일리는 이미 밝혀낸 바 있지 않은가.

 

두 번째 걱정은 사람들이 ‘진리’ 또는 ‘진실’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일찍이 철학자 비코가 ‘진리는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의 ‘verum-factum’ 원리를 주창한 바 있지만, 그의 취지는 절대적 진리는 창조주의 몫이니 우리는 인간이 만든 역사와 문화에 철학적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에 있었지, 결코 진리가 우리 마음대로 조작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과 동일시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는 ‘verum-factum’의 원리가 심히 오남용되고 있음을 보고 있다. 요컨대 실체적 진실이란 인식 주체의 노력을 통해 밝혀지는 것, 즉 ‘발견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막강한 권력을 위임받은 공적 조직이 현재 그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 그리고 두 눈과 귀를 막은 채 자신들의 아이돌을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의 두 극단을 보고 있자면 옳은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원하는 답을 미리 정해 놓고 다른 모든 사실들을 자신들 서사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끼워 넣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진실은 찾아지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답은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나와야 한다. 레디메이드 정답에 따라 어설픈 창작력을 발휘하는 병든 워치독들의 무책임한 난문에 편승하지 말고 일단은 사실과 논리만을 따라야 한다. 비난과 징벌은 그 사실과 논리가 ‘그’의 죄를 거역할 수 없는 진실로 확증할 때 실컷 하면 된다. 간곡히 부탁한다. 만들지 말고 찾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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