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에너지 보존의 법칙’, 즉 에너지가 전환될 때 그 전후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물리학 법칙을 보고 ‘플라스틱도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이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고 쌓여가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일정 부분 그럴듯해 보인다. 수많은 재료로 만든 물품이 있지만 플라스틱만큼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물질 기반의 합성 원료물질로, 열이나 압력으로 변형 가능해 원하는 모양과 용도에 따라 착색제, 강화제 등을 통해 다양한 특성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플라스틱 재료의 생활용품은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안경, 전자제품 마감재, 건축재 등은 그나마 장기간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식품 포장재 등을 선두로 비닐, 칫솔, 샴푸나 세제 통, 종이컵(코팅), 스티로폼, 티백, 물티슈, 그리고 운동화와 옷, 그물류까지 플라스틱 종류의 범위는 생각 이상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플라스틱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정보가 많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뚜껑을 여닫을 때 마찰에 의해 발생되는 작은 입자의 플라스틱, 내열성이 약해 가열되면 발암물질이 나오는 일부 일회용 그릇과 포장재, 폴리류 의복의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섬유 플라스틱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플라스틱의 개발은 20세기 이후 100여 년 동안 우리 생활을 너무나 편하게 만들었으나 관리와 폐기는 그에 발맞추지 못하였다.
편리함의 대가는 질병 발생, 환경의 폐허화, 동물의 죽음, 생태계 교란 등으로 다가왔다.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제로 웨이스트(zero-waste)와 리사이클(recycle), 리듀스(reduce) 등의 실천은 이제 필수적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거나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진다.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는 잠깐 걱정되기는 하지만 나 혼자 실천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이미 쌓인 플라스틱 덩어리에 이것 한 개 더한다고 해서 문제도 아닐 것 같다.
종이 한 장을 찢기는 쉽지만, 100장의 종이를 찢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1만이 넘는, 2만이 넘을 수 있는 나날들에서 쌓일 수 있는 실천의 결과와 나 하나의 ‘해보자’가 우리 ‘해보자’로 합해진 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또한 이런 의식은 이어져 대학 졸업 후 각자 자리에서 친환경 기술과 제품을 기획, 연구, 개발, 마케팅하며, 관련 규정을 제정하는 역량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제는 내 건강과 환경을 오래 누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생각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