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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캐’를 던져라

‘부캐’라는 말을 결혼식에서 신부가 드는 작은 꽃다발을 지칭하는 부케(bouquet)로 혼동했다면 트렌드에 둔감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부캐’는 요즘 방송가에서 소위 ‘뜨는’ 신조어로 부(附)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본(本)캐릭터라 부른다면, 부캐릭터는 원래 사용하던 것이 아닌 다른 부차적 캐릭터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주로 하는 일인 본업과 가끔씩 하는 부업 정도로 ‘본캐’와 ‘부캐’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시대 방송계에서는 본업보다 부업이 더 각광받는다. 먼저 ‘부캐’하면 이 용어를 유행시킨 개그맨 유재석을 빼놓을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개그맨 유재석이 아닌 트로트 가수 ‘유산슬’, 혼성 댄스 그룹 ‘싹3’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추대엽은 자신의 본업인 코미디언보다 지금의 ‘부캐’인 ‘카피추’로 유튜브에서 더 유명해졌다. 이런 인기는 부캐릭터 선발대회라는 별도의 예능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이쯤 되면 부업이 본업이 된다. 이는 비단 연예인들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직장을 가진 일반인들이 퇴근 후 ‘부캐’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기획자인 사람이 취미로 유튜브 요리 방송을 진행한다거나, 프로그래머가 자동차 튜닝을 하는 등 자신의 본업을 넘어 다른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한 개인의 모습이 꼭 하나의 정체성에 고립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개개인 삶의 방식은 다양하게 편재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풍경이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자신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른바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 시대에서는 ‘부캐’가 상식이고 일상이 된다. 본격적인 파이(π)자형, 또는 문어발식 인재 시대의 도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질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성찰하는 것은 여기서 논외로 하겠다. 자신의 전문 영역, 즉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는 것은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이다. 고정된 영역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변화와 드라마틱한 도전에 열광한다. 사람들은 그러한 변신 스토리를 기대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와 짜릿함을 경험한다. 여기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소환하자면, 그는 수많은 ‘부캐’를 가진 가장 대표적 인물일 것이다. 화가가 그의 ‘본캐’였다면 건축학, 해부학, 천문학, 물리학, 토목학, 생물학 등의 영역이 그의 ‘부캐’가 담당했던 분야였다. 

 

이제는 ‘부캐’가 스펙인 시대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부캐’를 만드는 것은 호기심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미와 경험, 도전과 새로움이 만날 때 창의적 생각이 탄생한다. 이제 자신만의 ‘부캐’를 던져볼 시간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빌어서 얘기하지 않았던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가장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 그것으로 나만의 ‘부캐’를 던져보자. 그것이 꼭 생산적이거나 실용적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면 창의성이란 부케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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