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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에 대하여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이 역설적 의미의 한자성어는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로부터 유래되었다. 장자는 사람들이 쓸모 있는 것의 쓸모만을 알고, 쓸모없는 것의 쓸모는 잘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어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고 단순한 언어의 유희로 치부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판단할 때 그것의 쓸만한 가치와 용도를 먼저 생각하고 대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한다. 쓸모없는 것은 버려야 되는 것이다. 장자는 나무의 예를 들어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말한다. 반듯하고 튼실한 나무는 누가 봐도 좋다. 따라서 금방 베어질 운명에 처해진다. 하지만 구부러지고 부실한 나무는 그 쓸모없음으로 인하여 오랜 세월을 견뎌낸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하면서. 여기에서 쓸모는 다시 정의된다. 단순히 건축의 재료가 아닌 휴식의 공간으로 나무를 바라볼 때 비로소 쓸모 있음의 다른 가치가 탄생되는 것이다. 용도가 바뀌면 쓸모도 달라지는 것이다. 
 
세상의 무언가가 꼭 쓸모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 쓸모를 따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양심의 쓸모를 따져가면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들은 종교의 쓸모를 생각하면서 신앙을 가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놀면서 그 쓸모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냥 그 속에 몰입할 뿐이다. 이러한 것들은 그 자체로 쓰일 뿐이다.
 
무엇인가 쓸모가 있어야 된다는 유용성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필가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에서 무용해 보이는 것들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러셀은 유용함 같은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점을 비판한다. 그는 게으름으로써 가능한 것들의 가치에 주목하고 그것이 행복한 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위트 있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게으름하면 자동적으로 베짱이 우화를 먼저 떠올린다. 생산성은 근면 성실한 것에서 도출된다는 산업사회의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 베짱이에 대한 거부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먼저 게으름이 근면함과 대척점에 있다는 이분법적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사회의 필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로 창의성을 꼽는다.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의성은 물리적 근면함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것은 오히려 이완된 생각 속에서, 잉여(剩餘)의 시간 속에서, 게으르게 빈둥거릴 때 탄생된다. 기존에 연결되지 않았던 요소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능력은 기득권적 시선을 버릴 때 획득된다. 유용성이란 강박에서 벗어나 생각이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성이란 특별한 사람의 별난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관점의 쓸모를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쓸모를 따지지 않고 그 자체로 쓰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생각하는 것, 이 생각에서 창의적 질문이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무용지용은 창의성의 다른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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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