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소위 ‘스펙 쌓기’는 말 그대로 열풍에 비견될 만큼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많은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에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한다. 공인영어성적, 어학연수, 인턴, 공모전, 봉사활동, 교환학생 등 대학생들은 마치 정해진 공식처럼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자신의 전공보다 스펙에 더 치중하는 학생들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학생들의 그러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한 마음 역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다. 평균치에 가까워지기 위해, 남들과 비슷한 경험과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절망적으로 스펙과 싸우고 있는 현실이다. 모두들 같아지고, 서로를 닮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자.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자질이 과연 만들어진 스펙과 잘 다듬어진 경력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학점과 세련된 자기소개가 있다면 한 사람의 평가가 달라질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모두 그런 사람들뿐이니, 그런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 나은 스펙이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차별화란 말을 참 많이 들어왔다. 기획에서, 마케팅에서, 강의 속에서, 책 속에서. 그런데 그 차별화란 말이 토익 점수에서의 차별화가 아니란 것쯤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슷한 스펙 안에서 차별화는 근소한 차이를 만들어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차이는 기원부터 다른 것이다. 진정한 차별화는 뿌리부터 다른 것이다. ‘취업의 정석’ 같은 참고 서적은 차별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모두 같은 책을 보고, 모두 같은 웹사이트를 참조한다면 어쩌면 모두 비슷한 이력과 비슷한 자기소개서만 양산될 것이다. 스펙을 공부처럼 준비한다면 금방 질리게 된다. 스펙이 의무나 과제로 변하는 순간, 그것은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스트레스를 쌓는 것이 된다. 스트레스로 만들어진 스펙은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기대가 없다. 따라서 감동이 없다. 진정한 스펙은 남과 확연히 다른 무엇이다. 그것은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고, 취업성공사례를 탐색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스펙은 남들보다 약간 높은 학점이나 공인영어성적이 될 수 없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스펙을 쌓지 말고,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쌓아보면 어떨까. 취업 서적으로 향했던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자. 내일의 변화를 염려하지 말고, 10년 뒤의 변화를 예측해 보자. 머리에 단순히 지식을 구겨 넣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담아보면 어떨까.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오직 자신에게 있는 것. 그것으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나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을 만나고, 나만이 볼 수 있는 시각으로 독특한 것들을 시도해보자. 나의 하루를 흥분하게 하고, 나의 가슴을 떨리게 할 무엇인가를 시작해보자. 새로 나온 스마트폰 어플을 설치하는 대신에 팟캐스트로 나만의 방송을 시작해보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등을 떠도는 대신에 나의 관심 사항들을 블로그에 끊임없이 포스팅해보자.
나의 단점을 보완하려 애쓰지 말고, 나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자. 나의 단점을 나의 특별함으로 바꾸어보고, 나답게 나다움을 만들어 가보자.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나의 일을 시작해보는 것. 그래서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친절한 길을 버리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지도에는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자. 그것이 나만의 스토리가 되며, 나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게 바로 진정한 내가 아닐까?
나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답을 구하지 말고, 나에게서 스펙을 발견해보자. 스펙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가 나만의 스펙을 새롭게 정의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