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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호 사설]창립 117주년, 백년 뒤 우리대학의 모습을 생각한다

지난 20일은 창립 117주년을 맞은 우리대학의 교육기관 창립기념일이었다. 국내에 수많은 대학이 있지만 100년의 전통을 가진 경우는 흔치 않다. 오랜 역사 그 자체로만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전통은 숫자가 아니라 교육기관이 구현한 교육이념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지를 따져야한다. 우리대학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지표가 최근 국내 한 연구소에 의해 발표됐다. 한국 사회 책임 네트워크와 토마토 CSR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2016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에서 국내 149개 4년제 사립대학 중 5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우리대학이 쌓아온 역량을 대외적으로 크게 인정받는 평가이다.

이제는 앞으로의 117년을 생각해야 할 때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교육환경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먹고 사는 일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신성한 학문 공동체인 대학이 취업기관으로 전락한 현실도 그렇지만, 입학자원의 대폭 감소가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 대구・경북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2016년 62,090명에서 2020년 45,767명으로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상당수의 대학이 멀지 않은 장래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이를 대비해 우리대학은 2015학년부터 3개년에 걸쳐 입학정원 350명을 감축했다. 4년 뒤 등록금을 낼 학생 수가 1,400명 줄어든다는 말이 된다. 적자경영이 불 보듯 번하다. 어쩔 수 없이 정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선 정부의 시책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그러니 각 대학의 고유한 색깔은 다 지워지고 ‘초록동색’의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은 타 대학에 비해 인문사회와 예체능 계열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은 오늘날 우리대학에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프라임사업 선정의 경우에서 보듯이 오늘날 사회수요는 인문사회와 예체능 계열의 인원을 공학 분야로 옮길 것으로 요구한다. 인문학과 같은 순수학문을 배제하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지금의 처사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국가라는 배를 운항하기 위해선 기관사가 있어야 하겠지만 항해사도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과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살피는 학문이 인문사회학이다. 그런 점에서 인문사회학은 우리 사회의 항해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항해사 없는 배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대학의 교목은 은행나무다. 중생대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수종이다. 우리대학이 은행나무를 교목으로 삼게 된 것은 우리의 교육적 가치가 최고의 인재를 키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단일수종으로, 유일무이함이 교목으로 삼게 한 것이다. 은행나무의 고유함은 우리대학의 교육이념이자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대학이 지난 117년 지켜온 정체성을 잊어버려선 안된다. 입학자원 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압박, 대학의 정체성 혼란 등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신발 끈을 조여매야 한다. 그런 가운데 117년 뒤 우리 대학의 참된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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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