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서구와 달리 봄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가 세계화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새 봄에 학기를 시작하는 일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모든 생명체가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 봄이다. 대학도 봄이 되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해마다 신입생과 졸업생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은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 과정과 흡사하다. 사회의 여느 조직들에도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만 대학처럼 그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드물다. 대학이 희망과 소생의 봄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봄이란 계절은 사람의 한평생 중 청년기에 해당한다. 농사일에서 파종 무렵의 노동 밀도에 따라 가을의 결실이 달라지듯이 청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평생이 좌우된다. 비유하자면 청년기의 대학시절은 인생의 부름켜를 형성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거목으로 자라날 수 있느냐 아니냐는 부름켜가 결정한다. 대학인에게 부름켜가 결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를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대학은 직업인을 배출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성인을 양성하는 곳이다. 지성인이란 누구인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또는 참되고 진실하며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 나라의 운명은 이러한 지성인을 얼마나 많이 배출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국가시책이나 교육제도로만 불가능하며 대학인 자신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학인이 오로지 취업문제에만 매달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취업준비를 잘해 좋은 직장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참된 보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정해진 길을 회의 없이 따라가는 인생이란 얼마나 단조로운가. 숱한 방황과 갈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선택했을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겪은 사람과 겪지 않은 사람은 삶의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학인이라면 취업이라는 눈앞의 문제에서 벗어나 드넓은 사유의 숲을 거닐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신입생들은 입학을 맞으며 원대한 포부로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인생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입시 때문에 밀쳐두었던 고전을 열심히 찾아 읽고 다양한 예술체험을 통해 폭넓은 교양을 쌓아야 한다. 실용적인 학문보다는 사회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대학생활의 깊이를 경험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것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신명나고 즐거웠던가 하는 점을 떠올려보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사람은 그 일에 열정을 갖게 된다. 그 열정이 우리를 성공하는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새 봄의 새 학기, 계명인들은 모두 출발선에 섰다. 새 봄으로 거듭난 이 순간, 남다른 각오와 다짐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