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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호 사설] 새로운 문명을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 개념은 2007년 사회적 기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사회적’이란 단어의 정의에 대한 관심이 제기됐고 이러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됐으며,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한 논의는 전환기를 맞게 됐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정책의 주요 내용은 마을 또는 지역 공동체라는 장소적 공간에서 호혜성과 지역 순환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경제 운영의 주체로서 정부와 시장만이 중시됐는데, 사회적 경제는 공동체라는 새로운 경제 주체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해 일반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협소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사회적’이라는 단어의 해석과 관련돼 있다. 최근 이 논의는 사회적 경제의 내용을 규정하는 방식은 물론 사회적 경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핵심 사안으로 세계적으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고, 학술적으로는 인문학적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위의 논의는 크게 보면 ‘사회적인 것’과 ‘공유적인 것’의 개념 규정 문제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폴라니는 1944년 『거대한 전환』에서 현재 시장 경제의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것’의 회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이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폴라니에 따르면 시장과 정부는 ‘사회적인 것’의 실현을 위한 제도에 불과하고, 사회를 시장으로부터 분리시키거나 정부를 앞세워 사회를 억압하는 것은 모두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유적인 것’에 대해서는 오스트롬이 2009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저서 『Governing the Commons』에서 ‘공유적인 것’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제도적 해결책은 외부의 권위체가 아닌 공동체 내부의 규범에 의해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제기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시장이 [사회적] 미덕을 최소화” 하는 상황을 초래하여 공동체 규범이 반(反) 시장적 태도로 낙인 찍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공동체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정부와 시장은 없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공동체 윤리를 사회적 규범으로 작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 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비로소 한국 사회는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공익적인 지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기업가적 혁신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경제적 목적을 가지며, 또한 지역 사회에 신뢰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자본 형성을 추구하는 목적을 가지기에 다중 목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회적 경제가 사회 구성원을 문명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제는 호혜성에 기반을 둔 교환 양식을 복원하고 상상하는 것에 본원적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구성원을 공동체 규범에 입각하여 행동하는 자율적 시민으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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