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해도 ‘취업사교육’으로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자신의 스펙을 쌓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육열을 올렸다. 자신의 취업스펙을 쌓기 위해 결국 졸업을 연기하며, 대학교를 5학년은 기본이고 8학년까지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과연 그 학생들은 무엇을 하는가 살펴보니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십, 해외연수, 봉사활동, 자격증 공부 등 이력서에서 한 줄 더 쓰기 위해 대학교 다닐 때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이러한 대학생 취업문제에 대해 정부와 대기업에서 스펙보다는 능력위주 채용을 할 계획을 밝히며, 새로운 채용 패러다임이 불고 있다. 최근 대기업, 은행권에서 스펙을 초월한 능력 위주 채용 방식이 도입되었다. 은행권 채용에서는 올해 입사지원서를 쓸 때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십 경험, 해외연수 경험을 적는 란을 삭제했다. 또한 대기업들은 이력서 사진, 학점, 제2외국어 성적, 전공표시란 등을 없애거나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도입했다.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연기해 4년제 대학을 5~8년씩 다니고 취업 재수, 삼수를 하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진작 바뀌었어야 했다.
청년유니온에서 나온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2년 대학 졸업생 35명의 이력서를 토대로 추산한 대졸자 평균 스펙비용은 4269만원에 달한다. 2천여만원의 대학등록금을 빼더라도 해외연수 1천여만원, 토익 및 자격증 취득 및 학원비 2백여만원 등이 쓰인다. 대학등록금 내기 벅찬데 취업 스펙 비용은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낭비되는 비용이다. 대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57.3%에 달한다니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교육 광풍이 끝이 없어 보인다.
기업이나 은행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직원은 돈으로 만들어진 모범생이 아니라 창의력과 도전정신, 끼를 갖춘 인재다. 문제는 수만∼수십만명씩 몰리는 지원자 가운데 능력 있는 인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가리려는 노력과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당장 눈앞의 채용 비용을 줄이자고 학벌이나 학점, 어학 성적 등 단순 자료만 갖고 인재를 가려내면 장기적으론 기업이나 은행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는 대학생들을 채용 후 재사회화 교육비가 한 해에 엄청나게 든다는 통계자료가 나온 기사를 본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비용은 가정, 사회에서 이중으로 쓰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 아닌 지원자들의 내면을 보며 뽑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학벌보다 창의성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고 하며 “능력이 우선시되는 인재가 필요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자주 얘기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호언장담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스펙 대신 능력을 중시하는 채용은 학벌위주 사회를 허무는 첫걸음이다. 우리나라가 OECD가입국 중 학생들의 공부 시간이 가장 많으며, 14시간을 더 많이 한다는 통계가 발표된 적이 있다. 과연 이러한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한 번쯤 외국의 사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 진학률이 29%밖에 안되는데도 탄탄한 직업교육으로 최상위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스위스나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