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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호 사설] 새 학기, 변화의 기회

새 학기는 언제나 설렘을 준다. 이는 새 학기와 함께 주어지는 변화의 기회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곳이 갖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한 해에 무려 두 번이나 새로운 시작을 허락하는 장소라는 점이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 다잡지 못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다잡고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한 해에 두 번이나 주어지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여 달라진 나, 혹은 달라진 공동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따라붙는 의구심 가득한 시선이 있다. ‘사람 안 변한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 태도는 새로운 시작이 주어진다 한들 사람의 본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내가 세운 크고 작은 목표들이 늘 실패하는 이유는 ‘사람은 안 변하기’ 때문이고, 상대방의 새로운 시작에 함부로 기대를 걸어선 안 되는 이유 또한 ‘사람은 안 변하기 때문’이며, 내가 속한 공동체가 정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사람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널리 수긍된다. 
 
하지만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댄 길버트(Dan Gilbert)에 따르면 이러한 통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2013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한 “역사의 종말 환상(The End of History Illusion)”이라는 논문에서 그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10년 전에 비해 오늘 자신의 가치관, 성격, 습관 등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묻고 이어 앞으로 10년 동안 같은 항목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해보도록 하였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참가자들은 지난 10년 간 변화한 자신을 설명함에는 비교적 관대하였으나 향후 10년 동안 스스로가 변화할 여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인색하였다. 이런 현상은 20대에서 70대까지 고르게 나타났다. 이를 댄 길버트 교수는 “역사의 종말 환상”이라고 명명하였다. 한 마디로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이와 무관하게 자신이 “개인사의 종말에 도달했다”고 믿으며, 이에 더 이상 변화는 없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통념은 바로 이러한 “역사의 종말 환상”에 근거한 허구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고, 수많은 선택과 관계들은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연령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사람은 안 변한다’는 다소 비관적인 사고는 ‘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로 바뀌어야 옳다. 
 
새 학기는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새 학기와 함께 시작하는 계획, 결정 그리고 만남들이 새로운 나를 형성한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가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사람과 그들이 경험하는 변화에 대한 긍정을 바탕으로 새 학기를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가 좀 더 나아지는 변화의 시작으로 만들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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