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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대통령이던 아저씨'를 가질 수 없는 나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충격


그것은 꿈이었다. 대통령 퇴임 후 고향마을에 돌아가 평범한 ‘아저씨’로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은 정녕 꿈이었다. 애달픈 헛꿈이었다. 온 국민의 염원이었고 본인 필생의 목표였던 ‘시골 아저씨’로서의 삶은 퇴임 1년여 만에 자살로 막을 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비참한 말로 중에서도 가장 처참하다. 투신 직후 이미 소생불가였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결연한 의지로 산에 올랐는가를 보여준다. ‘시도’만으로 그치거나 괴로운 심경을 엿보이는 정도의 행위를 할 뜻이 없었음이 분명하다. 살 뜻이 전혀 없는 자의 선택이었다. 삶에 조금도 미련이 남지 않았던 듯하다. 그럼에도 이 비보를 믿을 수가 없다. 경호원이 눈을 돌린 그 찰나에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게 진정 전직 대통령의 최후란 말인가?

한때의 최고 권력자가 삶에 미련을 버리게 만드는 데 대한민국에서는 1년이면 족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으며 스스로 내놓지 않는 이상 권력자의 부정축재는 환수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 그는 최근에 심지어 학살의 주범인 독재자보다 더 나쁜 놈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가장 최근의 기억만을 모든 판단의 잣대로 삼았다. 최근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역대 최악의 파렴치한으로 몰려야 했다.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 사람이 받은 640만 달러는 도덕과 윤리를 입에 올리지 않는 자들의 피 묻은 돈 수천억 원보다 더럽고 더럽다는 결론이 연일 세상을 도배했다.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으려면 자의식을 버리거나 다른 인격이 되어야 했으리라. 가족과 모든 측근이 중죄인이 된 수족이 잘린 고립무원에서 그는 결국 세상을 초월해버리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며 “원망만은 말아달라”는 것이 전임 대통령이 남긴 당부였다. 정권을 잃은 전직 대통령은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나라, 곧바로 검찰소환과 기소만이 기다리고 있는 나라, 죄의 무게대로 처벌받는 게 아니라 일단 인격살인부터 감행하는 ‘법과 정의’ 앞에서 법조인 출신의 그는 바늘구멍조차 없음을 깨달은 것일까.

정의의 이름으로 고압적 태도로 일관해온 검찰은 현행법상 전과14범인 현직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서만 ‘정의’를 사용했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는 죽은 뒤 ‘서거’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에 비로소 되살아났다. 그가 최근에 받은 최고의 환대였다.

노무현이 퇴임 직후 보여줬던 ‘자유인 노무현’의 환한 미소는 이제 영영 꿈이 됐다. 밀짚모자를 눌러쓴 채 손자들을 자전거에 태워 달리던 ‘보통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후 누구도 대한민국 땅에서 재현할 수 없는 이미지가 돼 버렸다. ‘대통령이던 이웃 할아버지’를 보는 희망을 우리는 어린이들에게서 빼앗았다. 민주정권 10년도 남북화해와 경협의 꿈도 점차 물거품이 돼가는 자리에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이 놓이게 됐다.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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